최근 졸음운전이 교통사고 원인의 1위를 차지하는 등 수면부족이 사회적 병리현상화 되고 있다. 그러나 잠을 많이 자면 잠꾸러기, 과거 입시때 4당 5락(4시간자면 합격, 5시간 자면 탈락), ‘잠은 적게 잘수록 좋다’는 인식 때문에 수면에 무관심하다. 수면부족은 교통사고 외에 구 소련  체르노빌 원자로 폭발사건과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건 등 대형참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등 심각한 사건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수면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충분한 수면을 위한 법률적 조항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교통사고 원인은 졸음운전

우리나라의 경우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자동차 1만대 당 137건, 도로 1km당 사고건수 2.5건으로 OECD회원국 중 1위,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0만명 당 22.7명으로 세계 6위다.

주요 원인으로는 음주운전이 꼽히지만 실제는 졸음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임세원 교수는 최근 열린 아시아수면학회에서 화물차 교통사고의 주원인은 졸음운전이라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화물트럭 기사의 운전시간대는 절반 이상이 밤이었고, 한달 중 15일 이상을 트럭 안에서 자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 자살률 높여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청소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성균관의대 신경정신과 신동원 교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평균 5시간 정도로 미국 8시간 이상, 일본·중국 6~7시간 이상에 비해 수면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면부족은 인지기능 저하, 불안, 우울, 성장장애, 비만 등 여러 가지 정신 신체적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특히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입시과 학업량이 많아 수면이 부족해져 우울증 발병률이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청소년 자살률 역시 수면장애와 무관하지 않다는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이는 중국에서 실시한 연구결과에서도 입증됐다. 수면시간이 적은 중국 산둥성 지역의 청소년들과 다른 지역 청소년들의 자살률을 비교한 결과, 산둥성 청소년의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경제적 손실 100조

수면부족은 사회경제적 손실까지 초래한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현재 미국인의 12.5%(3,500만명)는 불면증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평균 30조원의 의료비와 부대비용(대체요법이용, 개인용 의료기기 구입 등)으로 70조원이 추가돼 연간 100조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밝혔다. 또한 수면무호흡증은 88조원의 비용이 들어 수면과 관련한 질환만 해도 188조원에 육박한다.

우리나라도 정확한 조사결과는 없지만 미국의 1/6정도인 최소 30조원 이상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 교수는 “수면장애에 대한 무관심이 지속되면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수면장애는 더 이상 개인의 병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