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례]

[시리즈1]약물경제학과 한미 FTA
[시리즈2]건강권, 포지티브 리스트 그리고 약물경제학
[시리즈3]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 치매의 사회적 비용에 미치는 영향
[시리즈4]의료의 우선순위 결정, 오레곤의 경험
[시리즈5]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 치매의 사회적 비용에 미치는 영향II
[시리즈6]약물경제학의 원리
[시리즈7]세계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 positive list 도입에 즈음하여

[시리즈1]약물경제학과 한미 FTA 


 서국희 한림의대 정신과 교수
세계노인정신의학회 정신보건경제학특위 위원장/ 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홍보이사


건강은 개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부, 명성, 학식도 건강이 전제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러므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원한 삶이나 장수는 초월적 가치를 지닌 명제였다.

불로초, 현자의 돌, 황금의 꽃 등은 고대와 중세 연금술의 산물이었다.

현대에서 영원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에 부합하는 연금술적 가치를 지닌 영역으로 신약 개발을 들 수 있다. 과거 숭고한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술이나 의료는 경제학적 잣대로 가늠할 수 없는 민감한 영역이었다.

즉 생명이라는 최우선적 가치를 가진 고귀한 것이어서 사회경제적 가치로 환원하여 논의할 수 없다는 관념이다. 이런 보편적 정서에도 불구하고, 최근 건강 및 의료에 대한 수요와 보건복지 재정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기 위한 방향으로 보건경제학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PE-의약품 및 치료법 상호우위비교 영역
약물경제학(PharmacoEconomics; PE)은 보건경제학의 한 분야로 비교 대상 의약품들이나 치료법들을 최소비용분석, 비용-편익 분석, 비용-효과 분석, 비용-효용 분석 등을 실시하여 상호간의 우위를 비교하는 학문적 영역이다.

약물을 사용하면 사망률과 이환율이 감소하여 입원 및 외래비용 등의 의료비용이 감소되는 직접적인 편익증대뿐만 아니라, 고통의 감소, 입원 및 간병 요구의 감소, 유병기간과 질병의 중증도가 감소해 조기업무 복귀 및 전반적인 삶의 질도 향상된다.

현대의학은 항생제, 항정신병약물, 항고혈압제, 경구용 혈당제 등이 개발되면서 세균성 질환이 퇴치되고, 정신병, 고혈압, 당뇨 등이 조절되기 시작하면서 눈부시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물론 약물 개발 당시에는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가난한 사람도 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값싸게 공급되어야 한다는 숭고한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가격이 매우 낮게 책정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약 개발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물질 사용에 대한 특허가 종료되기 이전에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이익을 실현하려고 하면서 가파르게 신약 가격도 상승했다. 최근에는 특허권이 만료된 제품을 복제 생산하여 가격을 주무기로 경쟁하는 일반명 의약품시장 (generic drug market)도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신약수용 용이, 상징성 커
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 경제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서로 FTA협정을 체결하면서 하나의 큰 시장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최근 주한 미국 대사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직접 방문하여 한미 FTA에서의 미국측 의약품 협상안을 한국이 받아들여 주기를 요청했다.

미국이 한미 FTA의 쟁점 중 의약품부문 협상에 전력하는 듯한 인상이다. 실제 FTA 협상 테이블에서 의약품에 관한 양국간의 견해 차이가 커서 협상이 결렬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과거 국내의 다국적 제약기업과 정부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면, 거의 어김없이 미국 등과 통상마찰(?)에 가까운 상황으로 발전하고 국제적인 정치 압력을 받아온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전세계 제약시장 규모 1% 내외의 작은 시장이지만, 조기에 신약이 출시되어 사용되는 상징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은 신약의 수용에 있어 매우 허용적이어서 지금까지 보험에 등재된 의약품만 2만종이 넘는다. 국제학술대회 심포지엄에서 소개되는 최신 신약들이 거의 동시 혹은 단기간 내에 국내에 도입되어 환자들에게 사용되어왔다.

물론 신약의 혜택을 가장 빨리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약물의 안전성은 수십수백만의 다양한 인종의 환자에게 약물이 장기간 투여되면서 점차 확립된다는 측면도 고려되어야 한다.

극단적인 예로 일본에서는 이미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이 널리 입증된 약물일지라도, 전임상시험 (3상 연구 등)을 일본에서 재차 시행하여 효과와 안전성을 꼼꼼히 확인하고 난 이후에야 국내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약물경제성평가 활성화 노력 중
지난해 국내 전체 건강보험진료비가 약2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는 간병비나 건강유지비용, 유사의료비용 등은 제외되어 있다.

노인인구의 증가, 암이나 AIDS, 순환기계 질환 등 만성질환 유병률의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의 증가 및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의료복지에 대한 관심증가 등으로 전체 건강보험진료비는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2005년의 경우 약제비가 전체 건강보험진료비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가 의약품 사용의 증가로 인해 전체의료비중에서의 약제비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이 관찰된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독일에서는 의료보험의 의약품 예산할당제를 도입하여 예산내에서만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 미국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서 최대허용비용(maximum allowance cost)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영국은 NHS내에서 의약품 사용액이 예산을 초과하면 다른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또한 보험의약품의 등재 및 가격관리, 임상지침 등을 개발 보급하는 기관들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영국의 NICE(National Institute for Clinical Excellence)와 NCCHTA(National Coordinating Center for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캐나다의 CDR(Common Drug Review)와  CCOHTA(Canadian Coordinating Office for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은 물론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서는 보험의약품의 등재 및 가격관리에 경제성 평가를 공식적으로 도입했고,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웨덴, 스페인, 스위스 등은 경제성 평가를 참조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정책적으로 약가제도를 네가티브(포괄주의 : 제외할 것 이외에는 모두 수용)에서 포지티브(열거주의 : 비교우위에 따라 열거)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약물경제성 평가를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다.


[시리즈2]건강권, 포지티브 리스트 그리고 약물경제학

구혜원 이사
GSK Pharmaco-economics &Helath Outcomes Director

보건경제학 석사, 에라스무스 대학, 네델란드

국제백신연구소(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연구원

서울대학교 병원 임상시험 센터 연구원


약가 적정화 방안이나 한미 FTA 에 대한 최근의 치열한 공방전과 함께 보건의료 관련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건강권’ 이다. 재미있게도 양극단의 입장에 서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장임에도 각자의 입장에서 내세우는 대의명분은 ‘건강권’의 보장이다.

(건강권이란 말이 너무 광범하고 모호하다면, 편의상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정책의 실제적인 영향 분명치 안아-급여 약물종류 제한하는 포지티브리스트 비전문가인 대다수 국민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도 썩 명쾌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정부에서 도입 의지를 표명한 약가 적정화방안의 주된 정책 중 하나인 포지티브 리스트는 결론적으로 건강보험에서 급여로 부담하는 약물의 종류를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또 가격-수량 연동제는 보험 급여액 총액의 상한을 정하겠다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보험 재정의 안정화 방안은 되겠지만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일과 쉽게 연결되지는 않는다.

제약회사에서 입장에서는 국민의 신약 접근성 보장을 위해 포지티브 리스트 도입에 반대하면서 동시에 약가 인하를 경계하고 우려하는 모습 또한 일관적이지 못한 것 같아 보인다.

더 정확하게는 이런 모든 정책들이 어떤 실제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가 국민의 입장에서 명료하지가 않다.

이 칼럼을 통해 독자들이 이러한 여러 정책과 주장에 대해 좀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소위 ‘약물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이런 정책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경제성평가는 약물경제학 일부 우선 그 첫걸음으로 상당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첫째, 소위 말하는 ‘약물경제학’ 과 ‘경제성 평가’라는 용어와의 혼용이다.
‘약물경제학=경제성평가=최근 거론되는 새로운 약가 정책의 대명사’ 라는 것은 정확하지 못한 인식이다.

약물경제학 혹은 보건경제학은 약가 정책을 포함한 한 국가의 의료제도를 대상으로 합리성을 추구하는 포괄적인 학문이다. 그러나 경제성 평가는 실제 의료 행위, 장비, 혹은 약물 등의 비용대비 효과를 평가하는 약물경제학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포지티브 리스트와 같은 정책의 운영에 사용되는 하나의 도구라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제약사 담당자는 구체적 의견제시가 바람직-경제성 평가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의견의 제시

둘째, 따라서 약물경제학에 대한 상이한 관점은 그 사회(혹은 국가)가 어떤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고 의료에 대한 관점이 어떠하냐에 따라 활용 여부와 용도가 달라지게 된다.

도입되는 의료 정책에 대한 제약 기업의 입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약물경제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기업의 고유입장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제약 기업에서 일하는 약물 경제학 전공자이자 의료전문인으로서 역할은 제도 자체에 대한 총체적인 반론이 아니라 ‘경제성 평가 담당 실무자’로서 이러한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본연의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그 목적의 달성을 위해 관련 제도나 운영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에 관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시리즈3]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 치매의 사회적 비용에 미치는 영향

 서국희 한림의대 정신과 교수
세계노인정신의학회 정신보건경제학특위 위원장/ 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홍보이사


치매는 기억력 장애뿐만 아니라 초조, 공격성, 편집증, 망상, 환각, 수면장애, 기분장애 등 매우 다양한 치매행동정신증상 (behaviou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이하 BPSD)을 동반한다. 한 시점에서 관찰하면 환자의 60∼80%에 BPSD가 존재하고 일생동안에는 거의 100%에서 발생한다.

BPSD는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BPSD는 치매 경과 전반에 걸쳐 발생하면서 환자와 간병인의 일상적인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며, 지역사회에서 적절히 조절되지 않으면 조기에 nursing home에 입소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2008년 이후부터는 노인수발보험을 통해 시설입소 비용이 지불될 것이다. 시설입소에 소요되는 비용이 치매의 사회적 직접비용중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역사회에서의 치매행동정신증상조절은 시설입소를 늦추고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금 지역사회에서의 적극적인 치매행동정신증상 조절을 현저하게 억제하여 향후 지속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도 있는 일련의 조치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져 이를 체계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치매행동정신증상 관련 약물사용제한의 배경
1950년대부터 chlorpromazine, haloperidol, clozapine, sulpiride, pimozide, thioridazine 등의 전형적 항정신병약물이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정신장애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지만, 이후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신체적 강박 physical restraint 대신 화학물질에 의한 강박 chemical restraint의 목적으로 이들 항정신병 약물을 빈번하게 사용해 항정신병약물의 오남용에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말 미국에서는 요양시설 개혁법안인 OBRA ’87이 시행되면서 장기요양시설에 입소중인 환자에게 항정신병약물을 포함한 불필요한 일체의 약물사용을 금지했다.

이후 묵시적으로 항정신병약물 사용은 치매행동정신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의 치료에 한정됐고 이후 항정신병약물의 사용이 반으로 감소했다.

2002년 이후 치매행동정신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risperidone이나 olanzapine을 사용하면 뇌졸중 발생의 위험이 높고, olanzapine의 경우 사망률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었다.

2004년 3월, 영국 의약품안전성위원회 (Committee of Safety of Medicine: CSM)가 치매행동정신증상 치료에 risperidone과 olanzapine 사용을 금지시키는 강력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

2005년 4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 (US Food & Drug Administration, FDA)이 17개의 위약대조군 연구결과를 분석하여 risperidone, olanzapine, quetiapine, aripiprazole의 사용이 위약에 비해 사망률을 1.6~1.7배 높인다는 안정성 경고를 발표했다.

하지만 FDA는 사망률의 증가가 약물 사용과 연관될 수 있지만, 선정된 연구대상군의 특성과도 연관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왜냐하면 연구대상군 대부분이 시설에 수용된 노쇠한 치매노인들로, 이들 대부분에게서 동반된 혈관성 질환의 위험인자(뇌졸중,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 등)를 발견할 수 있었다.

2005년 5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Korea FDA)은 risperidone과 olanzapine 뿐만 아니라 quetiapine, clozapine, ziprasidone, aripiprazole까지 6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의 치매행동정신증상에 대한 안전성을 경고했다.

항정신병약물 부작용 크다
이런 일련의 발표들은 전 세계적인 논쟁을 야기했고 즉시 관련 논문이나 보고가 증가했다.

필자 등과의 학술논쟁에서 치매행동정신증상 치료에 항정신병 약물사용에 반대한 Clive Ballard (노인정신과의사, Institute of Psychiatry London)는 세계노인정신의학회 학술지 International Psychogeriatrics 2005년 3월호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인지적 저하 위험 2배, 뇌졸중 위험 3배, 사망률 증가 2배, 낙상과 골절의 위험을 상당히 높이고, 일단 환자에게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때까지 계속 사용되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항정신병약물이 환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대부분의 의사들은 치매행동정신증상의 항정신병약물치료로 인한 위험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계속 약물을 사용한다.

1) 무능한 의사들이 익숙한 약물을 손쉽게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therapeutic impotence).
2) 무지한 의사들이 항정신병약물의 위해를 정확히 알지 못 하고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 ‘충분히 안전하다’는 제약사의 선전을 맹신하기 때문이다.
3) 다른 약물들과 마찬가지로 항정신병약물에도 위약효과 (placebo effect)가 있기 때문이다.
4) 치매행동정신증상으로 야기된 환자 가족이나 간병인의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즉시 경감시켜달라는 압력에 굴복하여 약물을 처방하기 때문이다.
5) 의사들에게 비약물적 치료를 실시할 만한 지식이나 기술이 결여되어 있다.
6) 의사들이 기존 치매약물치료지침을 맹신하고 있다.”

안전성과 더불어 비용대비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사의 선의와, 선의는 아닐지라도 악의로 환자를 대하지 않는 의업의 정신에 근거하고 있다.

Ballard 주장의 일부는 겸허히 수용하고 (예: 비약물적 치료법에 대한 교육 부족), 일부는 개인적으로 숙고해야겠지만, 또 다른 일부는 억측에 불과하다 (예: 항정신병약물의 위약효과, 전형적 항정신병약물에 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열거하고 항정신병약물 전반에 걸쳐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식으로의 기술).

일부 소수 의사의 상반된 견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명의 의사가 risperidone이나 olanzapine을 치매행동정신증상의 치료에 사용해왔고 실제 약물이 행동을 조절해 간병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경험해왔다.

세계노인정신의학회, 미국정신의학회, 미국노인정신의학회, 미국신경과학회 등을 비롯한 전 세계의 권위 있는 학술단체들이 제시한 치매행동정신증상의 약물치료지침들(guideline)은 한결같이 risperidone과 olanzapine이 치매행동정신증상의 조절에 가장 효과적인 일차 치료약물로 권고해 왔다.


[시리즈4]의료의 우선순위 결정, 오레곤의 경험

구혜원 이사
GSK Pharmaco-economics &Helath Outcomes Director
보건경제학 석사, 에라스무스 대학, 네델란드
국제백신연구소(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연구원
서울대학교 병원 임상시험 센터 연구원


의료자원분배 대표모델- 美 오레곤주 급여범위결정
역사상 잘 기술되어 있는 가장 뚜렷한 형태의 의료자원 분배로서 흔히 미국 오레곤 주에서 시도하였던 의료보호 프로그램의 급여범위 결정 사례를 든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58% 정도의 빈민층에 해당되던 의료보호 제도(Medicare)를 전체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며 공공의 의견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킨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비용-효용분석, 즉 QALY (Quality-Adjusted Life Year)의 개념을 이용한 의료자원 분배를 시도했던 예로서도 또한 잘 알려져 있다.

제한된 예산으로 수혜자의 범위를 확장시키기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수혜의 종류를 줄여야 하였으므로 제공되어야할 의료서비스의 범위를 정하는 작업이 수행되었다. 최초의 시도는 QALY에 기반하여 700여종의 치료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방대한 작업 이후의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상식에서 매우 벗어난 결과를 보여주어 의사결정을 위해 구성된 위원회에서는 결국 QALY 의 사용을 포기하고 의학적 효과를 근거로 재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제기되었던 주요한 문제는 QALY 산출을 위해 필요한 현실을 적확하게 반영하는 데이터가 부족했다는 부분, 그리고 의학적인 이득이라는 요소가 낮은 가격이라는 요소에 의하여 우선 순위가 밀리게 되는 비용 효용 분석의 내재적인 문제점이 극단적으로 나타났었다는 부분이다.

이러한 예는 국민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제한을 결정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며 단순한 하나의 지표를 통해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자원분배문제 해결책으로 간주되는 QALY

QALY 는 종종 자원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책으로 간주된다. 즉 QALY가 높을수록 이득이 높은 치료이며 또한 cost per QALY 가 낮을수록 효율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제학적인 접근에 대한 경고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예를 들어 QALY 가 ´생명의 단위´ 를 연장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출 뿐, ´누구´의 생명을 연장시키는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이는 특정집단에 대한 불공정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QALY 는 치료가 여명이 긴 사람들 에게 주어지는 경우 유리한 결과가 도출되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노인에 비하여 젊은 인구를 선호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경제학적인 접근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해야 한다는 윤리적, 철학적 문제가 내재되어 있으며 부정할 수 없는 효용주의 관점을 대표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국내 경제성평가 논쟁 왜곡

정부가 사회전체를 위한 자원의 사용이라는 책임을 가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또한 정부는 동시에 한 개인의 치료 받을 권리 또한 존중하여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을 보완하고 견제하기 위하여 고려되는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의학적 필요성(Medical need) 이다. 그러나 이 또한 필요성의 크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의사결정에 반영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논쟁과 연구가 이루어져 온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경제성 평가에 대한 논쟁의 구도는 찬성론자의 경우 공공보건의 옹호자로, 그리고 반대론자의 경우 제약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인 것처럼 다소 왜곡되어 있다.

국가의 정책 도입을 위하여 다각적이고 심도 깊은 논쟁은 필요하지만 그 논쟁의 방향은 좀 더 본질적인 곳을 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제성 평가의 도입에 관하여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과연 사회 전체의 이득을 위하여 개인의 이득을 희생함이 타당한지, 사회가 그러한 결정을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시리즈5]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 치매의 사회적 비용에 미치는 영향II


 서국희 한림의대 정신과 교수
세계노인정신의학회 정신보건경제학특위 위원장/ 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홍보이사

치매행동정신증상 치료법의 효과와 안전성

문제는 검증된 대체 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가능한 대체 수단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항정신병약물이다. UK CSM 발표 직후 영국에서는 risperidone이나 olanzapine 대신 다른 항정신병약물로 대체 처방하거나 항치매약물을 투여하거나 증량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곧 미국 FDA가 quetiapine과 aripiprazole도 사망률을 높인다는 보고를 했다.

clozapine은 무과립구혈증 등의 심각한 부작용과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중 가장 빈발하는 각종 약물 부작용이 문제가 되고, ziprasidone은 QT interval이 길어지는 부작용 때문에 혈관성 위험인자가 있는 노인들에서의 사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전형적 항정신병약물 haloperidol을 사용하면 어떨까? Haloperidol이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에 비해 휠씬 부작용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일부 연구에서 뇌졸중의 위험이 비정형 항정신병약물보다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둘째, 항치매약물이다. Donepezil, rivastigmine, galantamine, memantine의 사용이 치매행동정신증상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effect size가 항정신병약물의 1/3~1/2 정도고 효과 발현이 즉각적이지 않아 급성증상의 조절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 등의 제한점이 있다.

셋째,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다. OBRA ’87 법안의 시행으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의 사용이 수용시설 치매환자에게 투여되는 비율이 증가했고,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로 인한 낙상과 골절의 위험이 높다는 관찰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최근 연구에서는 항정신병약물 사용보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의 사망위험도(O.R.=2.05, 95% C.I: 1.46-2.88)가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노인에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의 사용은 보행실조, 낙상, 혼돈, 전행성 건망증, 기면, 현훈, 의존성 발생으로 인한 내성 및 금단 증상의 발현, 뇌졸중의 위험 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항정신병약물보다 휠씬 심각한 안전성 문제가 있는 약물로 노인, 특히 치매행동정신증상이 있는 치매노인에의 사용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넷째, 기분조절제다. 기존의 임상시험결과 치매행동정신증상의 조절에 효과가 입증된 약물은 없다. 비교적 사용빈도가 높은 valproate는 기면증, carbamazepine은 과립구 감소증 및 약물 상호작용의 위험이 있어 사용에 주의를 요하고 Lithium, gabapentin, lamotrigine과 관련된 연구보고는 없다.

다섯째, 항우울제다. Trazodone은 수면장애, SSRI는 우울증에 효과가 있지만, 다른 BPSD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섯째 비약물적 요법이다. 음악, 향기, 광, 현실정향(reality orientation), validation, 회상, 낮치료, 특수간병시설(Special Care Unit) 등이 알려져 있다. 환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줘 환자를 안정시키는 음악치료와 환자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일부 인지치료의 효과가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효과를 주장하는 논문의 연구방법론상의 오류가 지적되기도 하고, 치료 종료 후 효과가 곧 소실되는 등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특수간병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치매행동정신증상의 조절에 효과적이라는 보고들도 있다.

치매행동정신증상 치료원칙
최우선적으로 치매행동정신증상이 치매 이외의 환경적 영향이나 관련 신체질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를 평가해야 한다. 예로 1) 감염이나 뇌질환 등 진단되지 않은 신체질환의 존재 2) 통증 및 변비 3)수면 장애 4)우울증 5) 기타 감정적 문제 (유기 공포 등)를 들 수 있다.

이런 치료 가능한 원인을 발견하여 교정하면, 즉각적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감별한 후 치매행동정신증상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비약물적 요법을 사용하고, 약물 사용은 이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비약물적 수단으로 증상조절이 잘 되지 않을 때 약물요법을 고려해야 한다. 항상 항정신병약물을 선택하기 전에는 항정신병약물의 심각한 부작용(높은 뇌졸중과 사망 위험)과 약물 사용으로 기대되는 이득을 저울질해 봐야 한다. 항정신병약물요법 적응증으로는 1) 공격적인 환자 2) 환자 자신이나 타인에의 위해가 우려되는 상황 3) 정신병적 증상이 심각한 상황 4) 통제할 수 없는 발작적 행동을 들 수 있다.

우선 치료를 요하는 주 증상을 파악한 후, 관련 치료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약물을 선택해야 한다. 약물 특성 (항콜린성, QT interval 등), 약물상호작용 (간 대사, 신장 배설, 심장 작용 등), 약물의 질병에의 작용(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최소효과용량을 최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증상이 소실되고 관해 상태로 일정 기간 약물을 사용 후에는(예: 3개월) 증상 재발 여부를 관찰하면서 약물을 중단해야 한다.

Risperidone과 olanzapine만 효과 검증

역설적으로 Risperidone과 olanzapine만이 치매행동정신증상에 대한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 치료법이다. 다른 약물의 치매행동정신증상에 대한 효과나 안전성은 임상시험을 통해 확립되어 있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신약들의 치매행동정신증상의 조절과 관련된 임상연구는 중단되었다. 마치 이미 알려진 목적지로 가는 도로로의 통행을 금지시키고 스스로 알아서 목적지로 가라는 식이다. 누군가가 새로운 길을 가르쳐 줄 가능성도 없다.

따라서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몰래 통행이 금지된 도로를 따라 가든지, 아예 목적지로 가는 것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스스로 새로운 길을 발견해야 한다.

이전의 한국 FDA의 발표에 따라 6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의 치매행동정신증상에의 사용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면, 먼저 이로 인해 야기될 부담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부담이 가볍고 적절한 대체 수단이 있다면, 향후 치매행동정신증상의 약물치료에 일체의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 조치일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담이 무겁고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체 수단이 없다면, 사용을 전면중단하는 조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대체 수단을 강구하지 않고 약물치료를 일시에 중단한다면, 치매수용시설이 아수라장이 될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반대로 경고된 6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제외한 효과와 안전성이 채 검증되지 않은 다른 종류의 약물들이 무작위로 환자에게 사용된다면 (한국 FDA에서 위험을 경고한 6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의 사용후 발생한 뇌졸중이나 사망 사례는 처방 의사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고된 뇌졸중 위험이나 사망률 증가뿐만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성 경고에 이은 약물 사용금지조치를 결정하기 전에, 과연 현재 대체 약물이나 수단이 존재하는지부터 먼저 고려해야 한다. 금지보다는 약물 투여의 고위험군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 최소한의 범주에서만 사용금지가 권고되어야 했으며, 모든 치매환자에 대한 투약을 금지시킨 일련의 사려깊지 못한 조치는 현 시점에서 재고될 필요가 있다.


[시리즈6]약물경제학의 원리

 니콜라 케말리
현재 프랑스 Private & Public Medical Establishments 메디컬 컨설턴트

보건경제학(health economics)은 가장 최근에 도입된 새로운 경제학 분야로 1960년 이후부터 독립적인 학문으로 발전했다.

보건경제학은 경제학과 의학의 접점에 위치하는 학문으로 의료비용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거시적인 관점 보다는 환자 및 약제 처방자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미시경제에 가깝다. 현재까지 보건경제학을 이끄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영국 및 미국 출신이라는 점도 보건경제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보건경제학은 경제학 개념을 의료 분야에 적용시켜 미시경제 행동 이론, 경제 정치학 이론과 함께 규제정책에 대해 다룬다.

약물경제학(pharmaco-economics)은 보건경제학적 방식을 이용하여 약제의 가격 대비 효능을 비교, 평가하는 학문으로 의료분야에서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있다. 보건경제학의 또 다른 학문 분야인 의료성과연구는(outcomes research) 일상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진료행위를 의학적, 사회적, 경제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학문으로 질병 관리 프로그램의 분석과 평가에 특히 중요하게 사용된다.

이처럼 약물경제학은 약제의 비용효과성 분석과 질병 관리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제를 처방하는 의료업계 종사자들은 몇 가지 의문들을 가질 수 있다.

첫번째로 과연 건강에 경제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경제학은 자원의 희소성을 최적화하는 과학이며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내기 위한 환경을 찾아내는 학문이다.

이러한 경제학 원리를 건강에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의료업계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경제학자들도 진료의 형평성과 효율성의 관계를 심도있게 고려하지 않고 의료 문제를 접근하는 경우가 있어 의료업계에서는 보건과 효율성을 이분화하는 성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의료업계와 경제학자들간의 이러한 차이점들은 건강에 투자되는 재정적 수단이나 기타 의료 행위에 필요한 인적/물질적 자원들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환자들이 치료받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은 유한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보건에서도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보건경제학에서는 환자 치료시 필요한 의료 인력, 의료 기술 및 금전적 수단을 이용하여 환자들이 최고의 건강 상태를 얻고 이를 위해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의료업계 종사들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질문은 보건경제학이 윤리학과 양립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의사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직업적 윤리의식과 경제론적 관점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점 때문에 경제학자들이 의료부문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의료업계와 산업의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의료 행위가 환자들을 위한 치료를 넘어서 환자들의 상태를 최적화 시키는 과학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의료분야에서도 의학적, 역학적, 철학적, 사회적 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 의료종사자들의 의사 결정 과정에 의학적 관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처럼 경제적인 효율성도 동시에 고려돼야 할 것이다.

의료 환경은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약제가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치료법과 차별화가 필요하다. 혁신적인 효능 만으로는 의료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려우며 추가적으로 경제적 가치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약물경제학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적의 건강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의료종사자들의 의사 결정을 도와주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시리즈7]세계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 positive list 도입에 즈음하여

 서국희 한림의대 정신과 교수

세계노인정신의학회 정신보건경제학특위 위원장/ 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홍보이사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구의 증가와 노인에 흔한 만성 질환 수진률의 증가, 고가의 신약 개발 및 널리 보급된 건강 상식에 근거한 수요의 고급화 등으로 약제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보험약품비 증가율은 14%로 전체 보건의료비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

7년 후 보험약품비 2배 증가

현재 추세대로라면, 7년후에 보험약품비가 2 배로 증가하게 된다.

경쟁적 자유시장경제체계와는 달리 보건의료시스템의 제 3 자 지불체계하에서는 의료공급자와 의료수요자 모두가 의약품 수요에 대한 가격 탄력성이 낮다.

달리 말하면, 의료수요자가 전적으로 보험의약품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의료공급자가 자신이 처방한 고가 보험의약품의 비용 때문에 직접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치료약물의 선택에 있어 가격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제 3 자 비용지불기관은 당연히 치료약물의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하고 비용-효과적인 치료약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자 할 것이다.

비용-효과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경제성 평가를 실시하게 되는 데, 한 질환의 치료약물들을 비교하여, 기존의 약물에 비해 고가의 신약을 사용함으로써 증가하게 된 비용이 내원횟수 감소, 입원 수요 감소, 노동생산성 증가, 삶의 질 개선 등의 효과로 인하여 상쇄되거나 비용을 절감하게 되는 지를 평가하게 된다.

전 세계에는 우리와 같은 문제에 직면하여 약제비를 적정화하기 위하여 방안을 개발하고 실제 적용한 경험적 사례들이 있다. 이들 약제비 적정화 방안들을 간략히 소개한다. 크게 공급 측면에서는 신약 등록, 약가, 이윤이 있고, 수요 측면에서는 의사, 약사, 환자가 있다.

공급측면 약제비 적정화 방안
공급 측면에서 보면 우선 신약에 대한 등록을 통제할 수 있다.

기존의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 검증에 더하여 경제성 평가와 재정영향분석 결과를 등록 과정에서 참조할 수 있다.

다음으로 약가를 조절할 수 있다.

외국약가와 비교하여 개별 신약의 약가를 결정하거나, 동일계열 약물의 기준가격을 정하고 기준가격을 초과하는 약가분은 환자 본인부담으로 하는 참조가격제를 실시하거나, 일정기간후 신약이 예상판매량을 초과하여 판매될 경우 약가를 인하시키는 방안 등이 사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급자 이윤을 조절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R&D를 위한 투자나 약물의 수출이 많은 제약사에는 다소 높은 이윤을 인정해 주고, 아니면 낮은 이윤을 인정해 준다. 만약 제약사의 이익이 미리 정해진 공급자 이윤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사회에 환원하여 National Health Service (NHS)에서 환자들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

경우에 따라, 제약사 전체의 이윤이 아닌 개별 약물의 이윤을 미리 정하여 실시하기도 한다.

수요측면 약제비 적정화 방안
수요 측면에서 보면 우선 약물을 처방하는 의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공공의료비로 약가를 충당해 줄 수 있는 약물만을 선별등재하는 방식인 positive list, 반대로 공식적인 약가 통제를 받지 않는 약물들을 선별제외하는 방식인 negative list가 있다.

둘째, 의사가 반드시 제정된 약물처방지침을 지키도록 통제할 수 있다. 소위 guideline이란 형태로 국내 학회들이 널리 제작 배포한 특정질병별 약물처방지침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지만, 보건당국이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의뢰하여 제작하기도 한다.

셋째, 인두제를 실시하고 있는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일차의료기관인 surgery나 전문의들이 치료를 하는 이차병원에서의 연간 처방약물비용을 미리 정해두고 이를 초과할 경우 해당 기관의 남은 예산 (예: 인건비, 복지비 등)에서 충당하도록 하며 남은 예산이 없을 경우 더 이상 처방전을 발행하지 못 하도록 제한하고, 잉여 예산이 다시 지원되어야만 처방전 발생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한다.

다음으로 처방약을 조제하는 약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같은 제품이 아니더라도 성분명이 같으면 대체조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같은 제품의 약가가 인접 국가에서 더 낮은 가격에 유통될 경우 이를 수입하여 대체조제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약물을 직접 사용하는 환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보험 약물를 급여하지 않거나, 전체 비용중 일정 비율을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현행 방식이 있다.

영국의 경우, 처방약물의 가지수에 따라 본인 부담이 달라지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2004년 처방약물 한 가지에 6.4 파운드를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만약 5 가지 약물을 병용하면, 32 파운드를 본인이 지불해야 하는 데 당시 가격으로 환산하면 6만5,000원 정도 된다.

결국 한 가지 약물만을 처방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통상적으로 2 ~ 4 주 정도를 처방하지만, 1일분 처방이라도 본인 부담금은 동일하도록 비용을 고정하여 의료 이용을 제한하고 있었다.

급여품목 중 5,000개 사용불가
국내에서 지금까지는 예방진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 경제성이 불분명한 경우 등 법에서 정한 비급여사항에 해당되는 약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험 급여를 하는 negative list를 통한 운영을 해왔다.

2006년 1월 고시기준으로 전체 품목 2만8,374개중 급여품목수가 2만1,740개로 전체의 77%가 보험에 등재되어 있다.

하지만, 급여품목중 미생산 등 실제 사용이 가능하지 않은 품목이 4,500 ~ 5,000개에 이른다. Positive list에 포함될 품목을 선별하기 위해서는 각 약물들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포함한 다양한 측면을 포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관련 당국에서는 일차적으로는 등재를 신청하는 신약들부터 평가를 거쳐 등재 여부를 결정하고, 점진적으로 기존 약물들의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즉 현재 보험급여를 받고 있는 약물은 positive list에 포함된 것으로 간주되고 추후 평가를 거쳐 선별등재될 것으로 추측된다.

도입에 즈음하여 Positive list의 프랑스와 negative list의 영국과 독일의 장기적인 소요 약제비 변화 추이를 살피고 비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