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 질환명 등 작명법 다양
효과 같으면 경쟁력으로 작용


기존 약이야 그런대로 익숙하다지만, 신약인 경우 매우 낮선 이름이 많다. 약물 특성상 ‘치료대상 질병’과 ‘임상결과’만 주목받을 뿐 정작 약명에 담긴 의미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복용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다.

하지만 ‘누가 함부로 이름을 짓는가’라는 작명책의 제목처럼 적응증이 동일한 약물의 경우 이름은 이제 경쟁력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전문치료제의 이름을 위주로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알아본다.

대개 약이름은 여러 가지 질환 및 성분과 관련된 단어로 조합돼 있다. 차이점은 이들 단어의 위치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성분조합형’ ‘질환조합형’ 특정 의미를 부여한 ‘의미조합형’, 서로 다른 약의 이름을 따와 합쳐 만든 ‘혼합형’으로 구분된다. 이중 의미조합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성분조합형=유한양행이 올해 출시할 예정인 위장질환 치료제인 레바넥스(Revanex)가 대표적이다. 성분명인 ‘Revaprazan’의 ‘Reva’와 ‘Next Generation’의 ‘Nex’를 합쳐 다음 세대에도 지속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앞글자인 Reva는 ‘치료제를 바꾸라’는 뜻을 가진 ‘Reversible’의 의미도 담고 있다. 올해 초 한림제약이 선보인 4세대 항생제 한세롬 역시 성분명인 ‘세프리롬’을 줄인 ‘세롬’에 사명인 ‘한’자를 붙여 경쟁약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질환조합형=약명에 질환 또는 관련된 부위를 포함하는 경우로 일부 약들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환자들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GSK가 발매한 본비바(Bonviva)의 경우 뼈를 뜻하는 ‘Bone’을 사용해 골다공증약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서울제약의 고지혈증치료제 엑스립(Exlip)은 지방질을 뜻하는 ‘lipid’와 추출이라는 ‘extract’의 앞글자를 연결했다.

◆의미조합형=성분과 질환보다는 약의 특징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최근 출시되는 신약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MSD의 자궁경부암 예방제인 가다실(Gardasil)은 보호한다는 ‘Guard’를 이용했으며, 로슈의 항암제 타세바(Tarceva)는 타깃치료제임을 강조하는 ‘Target’이라는 단어에 세포라는 ‘Cell’로 작명했다. 바이엘의 신세포암 치료제 넥사바(Nexava) 역시 차세대라는 의미의 ‘Next’를 사용했다.

◆혼합형=병합제제에서 많이 사용하는 경우로, 2개 약물 이름의 일부를 사용하거나 제품명과 성분명을 혼합한 경우다. GSK가 최근 판매승인을 받은 당뇨병치료제 아반다릴(Avandaryl)은 아반디아(Avandia)와 글리메피리드계열인 아마릴(Amaryl)의 앞글자를 혼합시킨 것이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지만 액토플러스메트(ActoplusMet)의 경우 액토스(Actos)와 메트포민(Metfomin) 성분의 혼합제로 2개 약제를 합쳤다는 ‘플러스’를 넣었다.

제약사 관계자에 따르면 약물이름을 짓는데 가장 많이 고려하는 사항은 약에 대한 브랜드를 얼마만큼 높일 수 있느냐다. 때문에 제한된 단어를 가지고 약의 특성을 최대한 끄집어 내려는 작업도 약개발 만큼 활발히 연구 중이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약이름 개발과정에서 어려운 물질이름을 넣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전세계에서 통할 수 있도록 이름을 짓는 추세”라면서 “이는 인지도 상승, 해외수출 등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