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대장암, 폐암치료제 연달아 출시
글리벡·이레사 항암제대명사 타이틀반납
출시하자마자 치열한 경쟁 돌입


항암제 시장에서 특정 제약사가 누려왔던 ‘독주시대’가 점점 허물어질 기세다. 그동안 항암제는 다른 약제와는 달리 백혈병하면 바로 글리벡이 연상되듯 ‘어떤 암질환에는 곧 000치료제’라고 할 정도로 특정제약사만의 독주 체제가 강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은 앞으로는 보기 힘들 전망이다. 적어도 1개 암질환에 2개 이상의 치료제가 이미 나왔거나 출시를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질환 범위도 백혈병부터 대장암, 폐암, 자궁경부암, 신세포암 등 계속 넓어지고 있다.

백혈병 치료제의 대명사인 글리벡의 경우 조만간 타이틀 반납 위기를 맞고 있다. BMS에서 개발한 다사티닙 성분의 백혈병 치료제가 출시되기 때문이다. 글리벡을 판매하는 노바티스 역시 닐로티닙 성분의 차세대 글리벡을 출시할 계획이어서 글리벡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진행성 폐암환자들의 생존율을 증가시키는 유일한 약이었던 이레사도 입지가 좁아지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로슈의 타쎄바 출시가 그 계기이다. 타쎄바는 얼마전 이레사보다 우수한 임상결과를 무장하고 국내에서 대대적인 런칭 심포지엄을 실시, 종양내과 교수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더구나 내년 초에는 릴리의 알림타까지 가세할 예정인데다 최근 약가문제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어 이레사의 ‘봄날은 갔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웬만해서는 시장에 변화가 없는 비급여 품목도 예외는 아니다. 대장암 치료신약인 로슈의 아바스틴에 머크가 얼비툭스 카드를 던지며 독주시대를 마감시킨 사례도 있다.

특히 머크는 항암사업을 크게 성장시켜 리딩 품목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계획이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쫓고 쫓기는 경쟁관계에서 차별점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로슈와 머크는 새로운 적응증으로 무장해 상호 독주시장을 견제할 계획이다. 조만간 아바스틴은 췌장암, 얼비툭스는 두경부암에 새 적응증을 내놓을 전망이다.

독주체제는 커녕 출시하자마자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품목도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인 GSK의 서바릭스와 MSD의 가다실, 그리고 신세포암 치료제인 화이자의 수텐트와 바이엘의 넥사바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품목들은 출시시기에 큰 차이가 없어 질환 홍보 및 프리마케팅을 거의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기존 독주체제의 짭짤함을 맛보던 제약사들의 반응은 이러한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 출시에는 모두 환영하는 입장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항암제가 경쟁 체제에 돌입하면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오히려 시장은 상대적으로 커진다”며 시장규모 확산은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제한된 치료밖에 할 수 없는 암질환에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된다는 것은 의사와 환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 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여 암치료제 시장의 확산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