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년전 만해도 한국시장에 별다른 투자의욕을 보이지 않던 다국적 제약사들이 변하고 있다.

다국적 임상을 늘리는가 하면 신약기초물질을 위한 투자가 경쟁적으로 추진되면서 조만간 우리나라가 아시아지역의 임상시험 및 신약개발 R&D허브로 도약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복지부 2010년까지 의료산업선진화 위해 ‘적극지원’
노바티스, 얀센, GSK,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4강 경쟁력에 비례
각사 학술부 전문의 확보 경쟁 최대 4명 보유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제약사로는 한국노바티스, 한국얀센, GSK,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발표만 없을뿐 올해 한국에서 다국가 임상을 추진하려는 제약사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외국제약사의 대한(對韓) 투자에 대해 전문의 출신 한 제약사 관계자는 “한국의약품시장의 폭발적인 성장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복지부가 2010년까지 의료산업선진화를 위해 국제적 수준의 임상 인프라와 시험센터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대내적 상황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대외적으로는 이들 4개 외국제약회사들은 향후 글로벌 성장력이 가장 크다고 손꼽히는 회사로 이번 투자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한 투자의지를 보이는 곳은 한국노바티스다. 한국을 연구개발 활동의 10대 거점 국가 중 하나로 만들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수립해 놓은 상태다.

올해는 45건의 임상이 진행 중이며 오는 2010년까지 100개로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한 예상 투자규모는 향후 5년간 500억원.

당장 올해 진행되는 다국가임상시험은 레닌억제제제인 차세대 고혈압치료제 알리스키렌를 비롯, 신계열 당뇨병 치료제 LAF237, 하루 한번 복용하는 B형 간염치료제 텔비부딘 (LDT600)과 천식 및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 인다카테롤(QAB149),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 등이다.

한국얀센도 올해부터 국내 R&D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기업 중 하나다. 이미 올해 초 국내 임상시험에 100억원을 투자하고 다음해인 2007년에는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얀센의 다국적 임상은 현재 급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진통제, 최초 경구용 조루치료제, 새로운 정신분열병 치료제 등이 진행 중이거나 대기 중이다.

GSK도 올해 R&D 비용을 지난해 38억에서 65억으로 2배 가까이 늘렸다. 백신 분야와 항암제에 연구개발비를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현재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및 소아마비 예방을 위한 콤보백신(DTPa-IPV백신)과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그리고 로타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신약 기초 물질 발굴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2011년까지 투자비를 500억원으로 증가할 계획이다. 우선 국내 임상연구와 신약개발을 위해 260억원을 지원한다. 특히 항암제 신약 후보 물질의 초기 공동연구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열악한 국내 개발환경에 변화의 조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한국BMS(B형간염 신약 엔타카비아), 사노피아벤티스(비만치료제 아콤플리아), 한국화이자제약(항암제 수텐트) 등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국내 임상을 진행 중이다.

대규모 투자계획과 다국가 임상 확대에 따라 사내 학술부도 인원을 강화시키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올초 김기원 부장과 신동욱 부장을 각각 항암사업부 메디컬책임자와 메디컬 어드바이저로 영입했다.

이로써 한국노바티스는 기존 임상의학부 총책임자인 고재욱 전무와 최은정 부장을 비롯 총 4명의 의사가 근무하게 되면서 제약사로는 현재 가장 많은 의사인력을 두게 됐다.

GSK도 최근 이일섭 부사장 밑으로 최 원 상무와 권남희 부장 등 2명의 내과전문의를 학술부에 영입하고, 조만간 1명의 전문의를 더 영입할 계획으로 있어 4명의 전문의가 배치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이에 뒤질세라 내과 전문의인 손지웅 상무를 주축으로 전문의 출신인 김미영 이사, 최현아 이사, 반준우 이사를 새로 영입해 앞으로 다국가 임상과 항암학술부를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