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악성흑색종이 발바닥에서 많은 이유는 지속적인 자극과 압력 때문으로 확인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 KAIST 의과학대학원 김준 교수 및 서지명 박사(피부과 전문의) 공동연구팀은 한국인의 발바닥 발생 악성흑색종의 분자 기전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과 함께 3대 피부암에 속하는 악성흑색종은 멜라닌세포의 악성화로 발생하며 내부 장기로 전이돼 사망한다. 지난해 발표된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악성흑색종 환자 수는 638명으로 많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낮은 발생률 탓에 의사들도 악성흑색종을 오진해 병을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악성흑색종은 한국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서 발바닥, 손바닥, 손발톱 밑 등 신체 말단부에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국내 발바닥 발생 악성흑색종 발생률은 42%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발바닥 악성흑색종의 조직 샘플을 분석한 결과, 흑색종의 변연부(정상피부와 경계부위의 암세포)에서 발생하는 핵막 파열이 유전체의 불안전성과 DNA 손상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흑색종 핵막 파열의 가장 큰 원인은 체중 부하로 이난 기계적 자극이라는 사실도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생쥐 발바닥에 흑색종 세포를 이식하고 강제 쳇바퀴 운동으로 발바닥에 기계적 압력을 가했다. 

그 결과, 기계적 자극은 흑색종에서 세포핵의 형태적 이상과 일시적 핵막파열을 유도했다. 이어 DNA 손상과 동시에 세포질로 유출된 DNA는 암 악성화와 연관된 내재 면역반응을 유도했다.

반면 이식된 암세포의 주변에 있는 정상 피부세포는 동일한 기계적 압력 상황에서도 핵막 불안정성과 DNA 손상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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