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며 내원한 71세의 남성 A씨. 1년 전부터 특별한 이유없이 왼쪽 시력이 갑자기 떨어졌고,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망막이 죽었다'라는 답변만 들었다. 그의 시력은 오른쪽 눈은 1.0의 정상인데 비해 왼쪽 눈은 시력판의 가장 큰 글자도 읽을 수 없는 상태였다."

급격한 시력 저하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 만큼 시행하는 검사 역시 많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망막의 이상을 의심할 수 있어 산동을 시행한 후 안저 촬영을 진행한다.

좌안의 안저촬영 결과 – 유리체 출혈로 안저 사진이 찍히지 않은 상태(서울퍼시픽안과 제공)
좌안의 안저촬영 결과 – 유리체 출혈로 안저 사진이 찍히지 않은 상태(서울퍼시픽안과 제공)

이 A환자의 경우 안저사진이 전혀 찍히지 않아 바로 유리체출혈이 의심됐다. 실제로 초음파 검사 결과, 환자의 왼쪽 안구의 유리체는 혈액으로 가득 차 있었다[사진]. 

서울퍼시픽안과의원 배소현 원장에 따르면 유리체출혈은 망막출혈이 유리체 속으로 들어가거나 유리체로 자라들어간 비정상적인 혈관이 터져 출혈된 상태를 말한다. 

급격한 시력 감퇴 증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극심한 불편함을 안겨준다. 실명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다행히 유리체출혈은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이 아니라서 원인을 신속하게 파악해 치료하면 시력 회복 가능성이 높다. 

유리체출혈의 치료법은 출혈량과 그 원인에 따라 실시 여부가 갈린다. 출혈량이 적고 즉시 지혈된 상태라면 흘러들어 온 혈액이 흡수되면서 소실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상 증세가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출혈량이 많아 이미 유리체가 혼탁해졌다면 유리체절제술로 시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유리체출혈의 원인 치료도 병행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유리체출혈과 유리체혼탁의 원인으로는 당뇨병성 망막병증, 황반변성, 포도막염, 외상과 안내 수술력 등 매우 다양한 질환을 꼽을 수 있는데, 고령환자의 경우 망막정맥폐쇄를 우선 의심해 볼만하다.

망막정맥폐쇄는 말 그대로 망막의 중심정맥 또는 분지정맥이 막혀 발생한다. 망막으로 흘러들어간 피를 다시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망막정맥이 막히면 혈관이 막히면서 망막의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가 오래되면 혈액공급이 부족해진 망막에서 신생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게 된다. 신생혈관은 출혈이 쉬워 결국 유리체출혈로 이어지진다. A환자 역시 망막정맥폐쇄가 원인이었다.

배소현 원장은 "A환자는 유리체절제술과 레이저 치료를 통해 순조롭게 시력을 회복해가고 있다. 그러나 고혈압이나 당뇨, 동맥경화 등 만성질환자라면 누구나 A환자와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만큼 평상시 질병 관리를 통해 시력을 보존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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