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십이지장궤양 치료제 PPI(프로톤펌프인히비터)를 장기간 복용하면 위장관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야말로 위궤양 치료하려다 암을 키우는 셈이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교수(대학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2018~2022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코호트 연구를 메타분석해 종양학 분야 국제학술지(Oncology Letters)에 발표했다.

명 교수에 따르면 위식도 역류질환과 위십이지장 궤양 치료제인 PPI는 1989년 이후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특히 위식도 역류질환에 4~8주간 투여하면 효과적이다. 

다만 비만과 과식, 흡연, 과도한 음주나 커피 섭취 등 생활습관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PPI 장기 복용이 위암, 식도암 등 위장관암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코호트 연구(집단을 대상으로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 관찰연구의 일종)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분석 대상이 된 연구는 펍메드 및 엠베이스에서 선정된 코호트연구 25건. 분석에 따르면 PPI복용군에서는 비복용군에 비해 대장암을 제외한 위암, 식도암, 췌장암, 간암, 담낭 및 담관암 등 대부분의 위장관 암 발생 위험이 2배 높았다.

특히 복용기간이 1년 이하일 때 약 5배, 3년이면 1.7배로 나타나 복용기간이 짦을 때 더 위험했다.

PPI 장기 복용으로 인한 위장관 암 발생 기전에 대해 명 교수는 "실험실 및 동물실험에서 PPI는 위와 십이지장에 있는 G세포를 자극해 가스트린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늘려,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위점막 세포에 존재하는 특정 수용체를 자극해 암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위장관내 세균집락형성을 증가시켜 발암가능물질인 니트로스아민을 증가시킨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한편 위장관암이 진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슴쓰림 등 위장증상이 나타나 PPI를 복용했을 수 있다는 역인과관계에 대해 명 교수는 "PPI가 원인으로 볼 수 없을 수 있다"면서 "관찰연구인 코호트 연구보다 더 높은 근거 수준을 제공하는 무작위비교임상시험을 통해 이번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윤리적 문제 등 임상시험에 제한이 있는 만큼 현재 최선의 방법은 위식도 역류질환의 원인이 되는 잘못된 생활습관(비만, 과식, 흡연, 과도한 음주나 커피섭취 등)을 개선해 PPI 사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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