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 제거할 수 없거나 전이로 인해 완치가 불가능한 '진행성 암'을 치료할 때 동반증상도 같이 치료해야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 국립암센터 재활의학과 정승현 교수 연구팀은 진행성 암환자의 신체기능에 미치는 동반증상의 영향을 분석해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진행성 암환자의 약 30%은 중등도 이상의 장애를 갖고 있으며, 사회활동 참여에 제한을 겪는다. 증상의 관리와 신체기능 유지가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요소다.

동반증상은 신체증상과 경험증상으로 나뉜다. 신체증상에는 통증, 호흡곤란, 손발저림, 부종과 같은 증상이 포함된다. 이러한 증상은 환자의 기능 및 장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악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험증상에는 기력저하(기운없음), 피로, 식욕부진, 디스트레스(암 환자의 정신적 고통)다.  통증과 같은 신체증상을 조절하게 하면서 기능에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 통증 강도는 같아도 피곤하고 기운이 없는 날 더 심하게 느껴지는 이치다.

연구팀은 진행성 암환자 459명을 대상으로 이러한 동반증상이 신체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신체증상과 경험증상은 서로 얽혀있으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신체 기능 및 장애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면 통증에 포커스를 맞춰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거나 신경차단술 주사로 치료하게 되는데, 이러한 약은 오히려 환자를 멍하게 하거나 졸음을 유발하고 피로도를 높여 신체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암환자 재활치료 계획을 설계할 때 단일 증상이나 기능을 관리하는 방식이 아닌, 복합적인 증상들이 기능과 상호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이해하는 체계적,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암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을 치료할 때는 혹시라도 약이나 주사가 우울감, 혹은 피로감을 주지는 않을지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서 통증을 더 많이 느끼는지 입체적으로 파악한 뒤 영양관리, 취미활동 추천 등 환자의 삶을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현 교수는 "이번 논문과 같이 암 치료 중에 나타나는 증상 및 그것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계속해 이어진다면, 암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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