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문희 교수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문희 교수

암의 재발과 전이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두려운 존재다. 환자의 불안감과 치료 부작용은 환자 삶의 질을 크게 낮추는 원인일 뿐만 아니라 치료 의지까지 저하시킨다. 이때부터 치료하려는 의사와 하고 싶지 않은 환자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전이성 유방암에서도 치료 시 부작용과 삶의 질은 환자에게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국내의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가장 바라는 치료 결과는 생존기간 연장 외에도 ‘부작용 고통 경감 및 일상생활 유지를 통한 삶의 질 개선’이었다. 특히 암이 전신에 전이된 4기 유방암 환자는 오랜 기간 동안 항암치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부작용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더 많이 느끼게 된다. 

다행히 전이성 유방암은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치료가 불가능한 병은 아니다. 속도는 더디지만 과거 20~30년간 전이성 유방암 치료성적은 생존기간 측면에서 분명히 개선이 있었다. 과거 전이성 유방암 치료는 생존기간 연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종양 진행을 막는데 그쳤다면,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치료성적이 좋아졌고, 특히 예후가 좋지 않았던 HER2 음성 유방암 치료에 큰 발전이 있었다.  

그 중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에리불린(제품명 할라벤)’은 투여방법이 간편하고 투약시간도 짧아 환자의 치료 편의성이 좋은 단일항암화학요법(이하 단일요법) 치료제로 꼽힌다. 에리불린 단일요법으로 직장생활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환자가 늘어 환자 삶의 질에 긍정적인 치료제로도 평가되고 있다. 종양의 주변 환경을 바꿔주는 특성을 지녀 후속 치료효과가 더 잘 나타나며, 임상연구를 통해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실제로 암세포가 뼈와 간, 난소까지 전이되어 내원한 한 50대 환자의 경우 에리불린 단일요법을 통해 3차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19개월간 장기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백혈구 감소증 및 손발 저림의 부작용 증상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어서 치료와 일상생활을 잘 병행하고 있다. 단일요법만으로 치료 반응을 19개월이나 유지하면서 일상생활까지 영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꽤 고무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단일요법은 해외에서도 전이성 유방암 환자 치료에 권고되는 치료법이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치료 예후가 불량한 전이〮진행성 유방암 환자에 대해서 조기 유방암 환자와 달리 병용항암화학요법보다 단일요법의 순차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효과 및 치료 편의성은 좋으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치료법 선택으로 환자 삶의 질을 높이고,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전이나 재발로 인해 치료를 앞두고 두려워하는 환자들을 바라보며,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치료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현대 의학의 힘과 의료진을 믿고 함께 잘 이겨내 보자고. 또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항암치료에 겁을 먹고 망설이다 치료 적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치료법에 대해 의료진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환자들이 의료진을 믿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치료가 어려운 전이성 유방암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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