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기피과로 알려진 흉부외과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사장 김웅한, 회장 김진국)는 14일 흉부외과전문의들의 근무현황과 행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이 흉부외과 전문의 38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2월 1일까지 온라인 방식으로 실시했다.

조사 대상자 성별은 남성이 98%, 40~50대가 71%였다. 종합병원 이상 근무자가 85%였으며, 개원의는 11%였다. 대상자의 약 절반은 소속 병원의 동료 흉부외과 전문의가 1~4명 정도인 중소규모였다.

조사 결과,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전공의가 1명이거나 없는 경우가 61%였다. 전공 별로는 일반 흉부파트가 50.5%, 성인심장 35.8% 혈관 16.2%, 소아심장 7.3% 외상이나 응급을 담당 전문의는 7.3%였다.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근무하는 327명을 대상으로 근무시간을 조사한 결과, 평일 기준 평균 12.7시간으로 1주에 평균 63.5시간이었다.

그림. 주당 하루 8시간 근무 일수(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제공)
그림. 주당 하루 8시간 근무 일수(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제공)

권고 노동시간인 하루 8시간을 넘기는 경우는 주간 평일 5일 기준 4.6일로 거의 매일 초과근무를 하고 있었다[그림]. 매일 16시간 이상인 경우도 7%였다. 대부분의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주말 중 하루는 근무했다.

한달 평균 당직 일수는 평균 5.1일로 주당 하루나 이틀은 병원에서 밤샘 근무를 했다. 여기서 말하는 당직이란 계획된 병원 내 밤샘 근무, 다음날 휴식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는 별도로 출근 대기 및 응급으로 인한 병원 외 대기근무(온 콜)는 한 달에 10.8일로 나타났다.

흉부외과의 지역 별 근무 조건에도 차이를 보였다. 이번 의사파업 기간의 경우 한달 평균 당직근무 일수는 서울이 3.5일, 경기는 5.5일, 기타 지역은 6.1일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2명 이상 9명 이하의 중소규모의 흉부외과에서 두드러져 흉부외과 전문의 수가 환경개선의 요인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0%는 '업무강도가 강하다', 61%는 '더이상 업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과다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 치료나 정신과 상담을 받은 경우도 각각 17%와 9%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응답자의 약 52%는 번아웃(탈진) 상태로 나타났다. 특히 전문의 자격 취득 후 6~10년 이하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약 절반은 이로 인해 환자에게 해를 입힐 뻔한 상황을 경험하기도 했다.

근무환경이 열악한 반면 이에 걸맞는 보상은 적다는 응답은 68%였다. 특히 형편없이 낮은 당직비, 온 콜 수당이 없음, 낮은 수가로 인한 악순환 등이 지적됐다.

자연히 흉부외과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았다. 가정 구성원으로서 나 의사로서의 만족도는 모두 5점 미만이었다. 주변의 존경에 따른 만족도는 5.4점, 의료행위 관련 만족도는 5.5점이었다. 응답자의 66%는 '흉부외과 선택을 후회한다'고 답했으며 74%는 '후배나 자녀에게 흉부외과를 추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이번 조사 결과 흉부외과 생태계 개선에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흉부외과를 기간산업과 같은 국가의 필수적 의료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제안하였던 의대생 증원으로 흉부외과지원자를 늘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무적 흉부외과 육성책 또한 장기대책이 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10년 내외의 짧은 의무 복무 제도하에서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전문가 양성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현재 흉부외과의 명맥을 이어주는 자발적 지원자를 감소시킬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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