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혈액내과 강가원 교수
고대안암병원 혈액내과 강가원 교수

비호지킨림프종의 한 아형인 ‘소포림프종’은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종양세포가 소포와 같은 소결절을 이루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체 림프종의 약 20%를 차지하는 흔한 종양이지만 한국에서는 약 3% 가량으로 드물게 나타나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러나 비호지킨림프종 전체가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과, 우리나라 고령사회에 진입한 점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소포림프종은 대표적인 저등급지연성 림프종으로 천천히 자라고 천천히 퍼지는 특성을 가지며, 10년 전체 생존률이 약 71.3% 로 공격성 림프종에 비해 장기 생존률이 높다.

하지만, 진행 속도가 느린 만큼 빠르게 자라는 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항암치료에 대해 치료 반응이 늦게 나타나 예정보다 긴 기간 치료하기도 하며 여타 비호지킨림프종 아형과 같이 환자의 다수에서 재발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장기간의 치료 기간을 고려하여 치료 효과는 물론 치료 기간 동안 환자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는 치료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소포림프종 치료에는 임상진료지침에 따라 R-CHOP, R-CVP, BR요법 등 표적치료제와 서로 작용 기전과 독성을 가진 세포독성항암제를 조합한 복합항암화학요법이 사용되고 있으며 조합된 세포독성항암제의 종류, 개수에 따라 치료 중 서로 다른 강도의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 비호지킨림프종 투병기를 공개해 화제가 된 유명 방송인도 고통스러운 항암치료 과정과 부작용으로 항암치료 중단을 고려했다고 밝힌 것처럼 항암치료 부작용, 치료 독성 등은 신체적, 심리적 측면에서 환자 삶의 질 저하를야기하며, 환자의 치료 순응도및 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로 호중구감소증(neutropenia)이 있는데, 감염과 발열이 동반될 경우 신체적 고통, 입원률 및 치료 비용의 증가를 야기하며 심하게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과 걱정, 불안은 환자들이 대체요법에 눈을돌리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명확한 근거가 없는 대체요법으로 병세가 악화되거나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비호지킨림프종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치료전략이 필요할까? 부작용 및 치료독성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심벤다(벤다무스틴)과 리툭시맙의 병용요법인 BR요법은 기존 치료법인 R-CHOP(리툭시맙+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아드리아마이신+빈크리스틴+프레드니손) 대비 치료효과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혈액학적 독성 위험이 적어 환자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BR요법 관련 3상 임상연구에 따르면 R-CHOP 대비 2배 이상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연장 및 혈액학적·비혈액학적 독성위험성 감소 효과를 보였다. BR요법의 혈액학적 독성 발생률은 기존 표준치료법 대비 2배 이상 낮았으며, 3-4등급의 호중구감소증이 발현율도 절반 이상 낮았다.

그 밖에도 외모 변화로 환자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탈모 부작용 발생률도 현저히 낮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및 유럽임상종양학회(ESMO) 임상진료지침에서도 치료효과 및 안전성 데이터를 근거로 BR요법을 소포림프종의 1차 치료 중 하나로 권고하고 있다.

소포림프종과 같이 유병 기간이 길고 재발률이 높아 치료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질환은 치료법 선택 시 환자가 부작용을 견딜 수 있는지, 다음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소포림프종 환자 가운데 종양이 서서히 진행하는 1-2 등급 환자의 경우 80%가 5년 이상 생존하는 만큼, 치료 후 삶의 질까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환자 삶의 질을 우선시 하는 치료전략으로 환자들이 긴 치료 기간 중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의료진의 노력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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