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이 경미한듯해도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아증후우울증'의 역학적 특성이 밝혀졌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은 노인우울증환자를 대상으로 주요우울장애 및 경우울장애와 이증후우울증의 객관적 차이를 분석해 호주·뉴질랜드 정신의학 저널(Australian & New Zealand Journal of Psychiatry)에 발표했다.

아증후우울증(subsyndromal depression)은 주요우울장애의 엄격한 진단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노인의 신체건강과 일상생활 유지기능, 인지기능, 기대수명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 정도가 아증후우울증을 갖고 있다. 이는 주요우울장애와 경우울장애 등 심한 우울증의 2.4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신규 노인환자가 매년 16만명이며, 이는 심한 우울증의 발생 환자 수보다 약 5배 많다. 

그런데도 환자와 가족은 물론 의료진마저 아증후우울증 진단에 익숙하지 않고, 위험인자나 영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 대상자는 국내 60세 이상 노인 6,640명. 이들의 유병률과 발병률, 위험인자 등 역학적 특성에 대한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요우울장애와 경우울장애는 고령(70세 이상), 운동량이 부족한 노인에서 많았다.

반면에 아증후우울증은 여성, 낮은 수면의 질, 낮은 사회경제수준, 낮은 사회적 지지 수준을 보인 노인에서 호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교수팀은 이번 결과에 대해 아증후 우울증이 주요우울장애, 경우울장애와는 구분되는 독립적 질환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불면증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수면의 질이 낮은 노인들의 경우, 수면 조절만을 목적으로 한 단순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보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아증후 우울증에 대한 통합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증후 우울증이 치매, 사망률, 건강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 후속 연구를 통해 독립질환으로서 아증후 우울증의 실체를 정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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