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근로시간을 주 80시간제로 준수하기 위해 도입한 EMR(환자정보기록) 셧다운제(접속차단)가 오히려 전공의를 의료법 위반으로 내모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 이하 대전협)는 최근 전공의 회원 1천여명을 대상으로 EMR 셧다운제 실태 파악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기타 수련병원 등 수십 곳에서 비정상적인 EMR 접속이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전공의의 전자의무기록 아이디가 근무시간 외에는 접속이 차단돼, 불가피하게 당직하는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해 처방기록을 입력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전공의가 정규시간에 끝내지 못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법 위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의료인이 직접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 등 증명서를 발행하거나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면 의료법 위반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전공의는 이렇게 하소연한다. "업무량이 많아 도저히 정규 근무시간 내에 해결할 수 없다. 환자를 직접 확인하고 처방하지 않으면 처방해 줄 사람이 없고, 그렇다고 교수가 환자를 보지도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당직 전공의의 아이디를 빌려 처방을 내놓고 간다."

심지어 다른 아이디 사용을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의 B전공의에 따르면 전공의법 때문에 근무시간 외 처방을 냈다가 걸리면 오히려 전공의가 사유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EMR 셧다운제로 인한 폐해를 밝혔다. EMR셧다운제로 업무량이 줄었거나 퇴근시간 보장에 도움이 안된다는 응답은 85%로 나타났다. 

박지현 회장은 "EMR 접속을 차단한다 해도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의 양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EMR 접속을 차단함으로써 수련병원이 서류상으로 전공의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근거를 생산해낼 뿐"이라며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대전협은 EMR 셧다운제 폐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각 수련병원, 보건복지부, 법적 자문을 통해 그 폐해를 지적할 계획이다.  동시에 전국 전공의 회원을 대상으로 EMR 셧다운제에 대한 제보를 받아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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