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인 윤모 씨(37, 여)는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긴 정장 바지만 고집한다. 종아리 혈관이 검붉게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 때문이다. 

처음엔 혈관이 살짝만 보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점차 혐오스러울 정도로 증상이 심해졌고, 다리가 아프면서 저린 증상까지 동반됐다. 

이전에 사놓은 예쁜 치마를 입지도 못하고, 한여름에 긴 바지만 입고 다니다 땀띠가 생기자 짜증과 우울감도 심해졌다. 당장에라도 치료받고 싶지만 수술로 흉터가 생길까 봐 망설이고 있다.

초여름 날씨로 옷차림이 얇고 짧아지면서 하지정맥류 환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검붉은 혈관이 뱀처럼 굵게 튀어나오는 질환으로 보통 종아리 뒤쪽이나 다리 안쪽에 생긴다. 허벅지, 회음부, 골반 등에 생기기도 한다. 

다리 쪽 정맥은 중력 반대 방향인 심장 쪽으로 혈액을 운반한다. 하체근육은 물 펌프처럼 수축하면서 혈액을 위로 올려 보낸다. 

위로 올라간 피가 중력의 영향으로 다시 역류하지 않도록 하지정맥 속에는 얇은 판막이 존재하는데 나이가 들면 이 판막이 약해지고 정맥의 탄력이 감소해 혈액이 역류하게 된다. 

이럴 경우 정맥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면서 정맥이 확장돼 정맥류가 생길 수 있다. 가족력,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서 있거나 앉아서 일하는 직업, 비만과 임신 등으로 체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 등이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민트병원 정맥류센터 김건우 원장[사진]은 “주요 증상으로 혈관이 보기 싫게 튀어나오면서 통증, 저림, 부종 등이 동반되고 취침 시 근육경련이 자주 나타난다”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혈액이 다리에 고여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듯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로해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하지정맥류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14만 4,945명에서 2017년 17만 7,140명으로 22% 증가했다. 

여성 환자가 훨씬 많아 지난해 전체 환자 중 68%(12만680명)가 여성이었다. 하지정맥류가 있는 여성은 다리에 굵은 힘줄이 보기 싫게 튀어나와 치마나 반바지를 입기가 쉽지 않다. 연령대 별로는 40대 2만 9,623명(24.5%), 50대 3만 6,011명(29.8%)으로 40~50대 중년 환자가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최근 하지정맥류 유병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생활습관 변화가 꼽힌다. 고열량·고지방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혈관이 끈적해지고 혈전성 정맥염이 동반돼 하지정맥 순환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방바닥에서 먹고 자는 생활문화가 서양식 좌식문화로 바뀌면서 하지근력이 약해진 이유도 정맥류와 연관된다. 

하지정맥류를 장기간 방치하면 만성화되거나 난치성피부염, 혈전성정맥염, 심부정맥기능부전, 심부정맥혈전증 등으로 악화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피부절개 후 손상된 혈관을 직접 제거하는 절개수술, 원인 혈관을 경화제로 굳히는 혈관경화요법, 혈관을 레이저·고주파 등으로 태우는 시술 등으로 이뤄진다. 

수술은 혈관이 튀어나온 정도가 아주 심하지 않으면 권장되지 않고, 혈관경화요법은 질환 초기 실핏줄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 

고주파·레이저치료는 외과적 수술보다 간편하지만 고온의 열을 이용하는 만큼 통증이나 멍이 남을 수 있다. 도한 치료 후 3~4주간 압박스타킹을 신어야 하기 하기 때문에 한여름에는 불편함이 크다.

최근 도입된 ‘베나실’(VenaSeal)은 혈관에 생체접착제(시아노아크릴레이트)를 얇게 도포해 정맥피가 역류하는 것을 막아 하지정맥류를 근본적으로 개선한다. 

집도의는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정맥에 2㎜ 정도의 얇은 의료용 도관(카테터)을 삽입한 뒤 원인혈관에 생체접착제를 주입해 늘어난 혈관을 붙여준다. 주입과 동시에 해당 혈관은 폐쇄되고 혈류는 멈춘다. 접착제는 체내에 서서히 흡수돼 안전하다. 

김건우 원장은 “베나실은 마취와 압박스타킹 착용이 필요 없고, 통증이 적으며, 멍이 들지 않아 더운 여름철에 환자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아 미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치료와 함께 가벼운 운동으로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영은 다리에 하중이 가해지지 않으면서 운동효과는 높아 정맥혈 순환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다. 

김 원장은 “운동이 힘들다면 가볍게 걷기만 해도 혈액이 정체되는 것을 막고 다리 부기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며”스커트처럼 하체 전반에 하중이 전달되는 웨이트 트레이닝은 다리에 정맥혈이 고이면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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