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뇌전증수술 대기환자가 2만 2천명이지만 이 가운데 수술받는 경우는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뇌전증학회가 8일 발표한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 용역연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 환자의 수는 약 36만명으로 추정됐다.

그 중 약 10만명이 약물로 완전히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약물난치성이다. 약물난치성환자는 모두 수술대상이며 이 가운데 중증으로 수술이 시급한 환자는 3만 7천여명이다. 이 중 2만 2천여명은 수술대기환자다.

특히 신규 뇌전증환자 가운데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매년 1천명씩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뇌전증수술이 연간 300건에 미치지 못한다. 
 
뇌전증학회는 뇌전증수술 대기환자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간 최소 1,500건 이상의 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연간 1천건씩 실시해도 대기환자를 모두 수술하는데 수십년이 걸린다. 학회는 그 원인을 뇌전증 수술의 필수장비 부족 탓이라고 지적했다. 

학회에 따르면 뇌전증 수술에는 뇌자도와 삼차원뇌파수술 로봇시스템,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가 필요하다.

뇌자도는 뇌전증 발생 부위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검사장비로 전세계 179대 운영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전혀 없다. 일본이 48대로 가장 많고 이어 미국과 독일 순이다.

이렇다 보니 중증 난치성 뇌전증환자는 수백만을 들여 일본에 가서 뇌자도검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환자수를 볼 때 필요한 뇌자도는 3~4대다.  

삼차원뇌파수술 로봇시스템도 필수 장비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뇌전증수술의 70%에 이용될 만큼 많이 도입돼 있지만 국내에는 1대도 없다.

머리 뼈를 열지 않고 조그만 구멍을 뚫고 내시경적으로 뇌전증 병소를 제거하는 최신 수술법인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 역시 전무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최신 수술법으로 뇌전증수술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체 수술의 20~30%를 차지하고 있다.

뇌전증학회는 "50억원 정부 지원만 있으면 중증 뇌전증 환자들이 일본, 미국에 가지 않고 수술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회는 "뇌전증환자수는 수조원이 지원되는 치매의 절반"이라며 "치매 지원의 100분의 1이라도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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