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점막에 서식하며 위궤양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ylori)가 고혈압,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임선희 교수팀은 H.pylori의 감염과 대사증후군의 관련성을 분석해 국제학술지 Digestive Diseases and Sciences에 발표했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중성지방혈증, 저HDL-C(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공복혈당장애 등 5개 중 3개 이상을 가진 상태를 말한다.

국내 대사증후군의 유병률은 1998년 20~25%였지만, 2013년 조사에서는 29~31%로 급증했다.

이번 연구 대상자는 국내 10개 대학병원 및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16세 이상 21,106명. 이들 중 H.pylori 치료 경험이 없는 15,195명에서 약 43%가 H.pylori에 감염돼 있었다.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4%였다.

H.pylori감염군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7%, 비감염군 21%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성별, 연령, 체질량지수, 거주지, 가계소득, 교육정도 등의 인자들을 보정해도 65세 미만에서는 H.pylori감염이 대사증후군의 위험을 1.2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65세 이상에서는 연관성이 없었다.   

교수팀은 이번 결과에 대해 "H.pylori의 만성감염 상태에서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염증성 물질)의 생산과 분비가 촉진돼 결국 지질대사에 영향을 미치고 대사증후군이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pylori에 감염되면 염증세포에서 혈관 작용물질이나 산화질소가 분비돼 혈압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도 있다. 

이밖에 인슐린수용체에 변화를 일으켜 세포들이 혈당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가설도 나와있다.

65세 미만에서만 H.pylori와 대사증후군이 관련한다는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H.pylori 이외의 다른 요소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자체가 대사증후군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임 교수는 "H.pylori 치료 후 실제로 대사증후군 위험이 줄어들고, 인슐린저항성,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환자군을 대상으로 제균 이후 생존율의 증가 경향이 확인되면 H.pylori이 대사증후군에 미치는 확실한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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