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잠을 잘 잤다고는 할 순 없었어요. 예민한 편이라 남편이나 애들이 좀 늦으면 잠들 수 없었고 작은 소리에도 금방 깨곤 했었습니다. 아무리 늦게 자도 아침잠은 또 없는 편이었죠. 그런데 30대 후반쯤부터 아무 이유 없이 잠들기가 더 어려워지더니 억지로 1~2시간 정도 자고 나면 그 뒤로 꼬박 날 밤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인지 항상 피곤하고 매사에 의욕도 없고 짜증만 더 늘어서 저도 힘들지만 제 가족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입니다.”라며, 40대 초반 여성이 한의원을 찾아 하소연한 내용이다.

위 여성처럼 충분히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잠들기가 어렵거나 수면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자주 깨거나 한 번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게 되면서, 수면의 양과 질에서 만족스럽지 못할 때 불면증을 의심하게 된다.
여기서 야간의 수면문제는 곧바로 낮시간 동안의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의 발생으로 이어져서 환자의 고통은 하루종일 이어지게 된다.

휴한의원 노원점 김헌 원장은 특별한 이유가 없이 오래된 불면증 환자를 진찰할 때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람의 수면 상태는 다양한 조건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갑자기 생긴 불면증은 당장에 큰 고민거리가 있거나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다른 신체 질환이나 약물복용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면증이 만성화되었는데 환자 스스로 잠을 방해할 만한 원인이 하나도 없다며 찾는 경우, 자세히 문진해보면 ‘우울증’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위 사례의 여성도 확인해보니 둘째를 낳고 발생한 우울증으로 30대 내내 간헐적인 약물치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물론 우울증과 불면증의 관계를 한 가지 기전으로 단순화시킬 순 없지만,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관계를 보면 그 이해를 약간 도울 수 있다. 먼저 세로토닌은 걱정이나 불안, 스트레스 등을 조절하는데, 실제 우울증의 가장 큰 신경학적 원인으로는 세로토닌의 기능장애를 든다. 그리고 멜라토닌은 우리 눈의 망막에 비추어지는 빛이 어두워지면 증가하는데, 뇌의 각성 수준을 떨어뜨리고 피로를 느끼게 하여 숙면을 취하게 하는 수면조절 인자이다. 이 멜라토닌은 송과체란 곳에서 트립토판과 세로토닌을 거쳐서 합성된다는 데 그 힌트가 있다. 즉 우울증이 세로토닌의 기능저하는 멜라토닌의 문제로 이어지고, 곧 불면증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불면증과 우울증은 서로에게 가장 흔한 동반질환으로서, 우울증이 있다면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는 전형적인 증상(80% 이상)으로 항상 나타날 수 있으며, 또한 불면증 단독으로도 우울증을 4배 이상 유발시킬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따라서 우울증과 불면증이 동반된 경우는 치료 초기부터 그 두 질환을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 
어느 한 질환이 먼저 호전되면 다른 질환도 따라서 좋아질 확률이 높으며, 그 반대로 어느 한 쪽이 악화되면 따른 쪽 질환도 악화되거나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도움말: 휴한의원 노원점 김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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