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치료를 위해 뇌의 일부를 절제해도 기억력이 유지되는 신경학적 기전이 입증됐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천기 교수, 서울의대 정우림 연구원은 뇌를 절제한 뇌전증 환자의 기억력 분석 결과를 신경외과학(Journal of Neurosurgery)에 발표했다.

성인 뇌전증의 대부분은 측두엽뇌전증으로 해마 부위가 딱딱해져 발생한다. 우선 약물치료를 실시하고 반응이 없으면 측두엽 일부를 절제하는데, 수술 후 증상 호전율과 완치율은 80%다. 

하지만 절제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돼 인지와 학습기능이 떨어질 수 있어 수술 범위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연구팀은 측두엽 일부를 절제한 뇌전증환자에게 단어와 그림을 외우는 과제를 내주고 이때 나타나는 해마 활성도를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절제 부위 반대쪽 해마의 활성도가 강할수록 수술 후 기억 기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전 보다 기억기능이 좋아진 대상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왼쪽 뇌를 절제하면 언어기억에서, 오른쪽을 절제하면 시각기억에서 이같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수술 후 내측전전두엽과 수술 반대쪽 해마 부위의 연결성이 강할수록 기억 기능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나 건강한 뇌에서는 뇌전증환자의 연결적 특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우림 연구원은 "해마의 일부분이 없어도 뇌의 다른 부위가 이를 보완해 기존 역할을 수행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향후 알츠하이머 치매 등 기억장애 문제 해결하는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천기 교수는 "향후 뇌전증 치료에서 수술 여부와 범위 선택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억장애를 최소화하는 다른 뇌수술 치료법을 고안하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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