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제법 높고 푸른 가을 속으로 깊이 들어온 요즘, 밤이 점점 길어가면서 시름도 점점 늘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눈 감고 귀 막고 이불을 둘러쓰고 누워 있어도 잠이 안와서 잠을 잘 수 없을까봐 걱정되고, 잠이 들어도 자꾸 깨다 말다를 반복하느라 힘들며, 한번 깨면 아예 잠들기를 포기해야 해서 괴로운 사람들, 바로 불면증 환자들이다.

선선하고 쾌청한 날씨는 가을을 사색(思索)의 계절이라 부르게 하지만 불면증 환자들에게는 밤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가을은 사색(死色)의 계절로 다가온다.

좋다는 약도 써보고, 민간요법도 써봤지만 불면증이 잘 낫지 않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 약에만 의지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지 않아서는 불면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할 수 있다. 수면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을 일컬어 ‘수면위생’이라고 하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 기상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잠들기 전에 카페인, 흡연, 과음, 과식, 과도한 운동 등도 뇌 흥분도를 높이는 만큼 삼가야 한다. 침실은 가급적 빛이 잘 차단되게 해야 하며, 침실에서는 수면 이외의 활동은 가급적 피하는게 좋다.

아울러 휴대폰이나 모니터 등의 청색광이 많은 인공조명은 뇌의 각성도를 높이기 때문에 잠들기 수 시간 전에 멀리해야 한다.

두 번째, 제대로 처방받은 약이 아닌 술이나 단순히 수면제에 의존하는 경우 만성적인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온다면서 수면을 유도하기 위해서 음주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술이 일시적으로 잠드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면증에 오히려 해를 끼친다.

술은 깊은 단계의 숙면을 방해해서 수면의 질을 떨어트리고, 습관적으로 술에 의존해서 잠들기를 시도하다보면 결국 과음으로 이어져 간, 위장, 심장 등에 무리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성도 깨뜨리기 쉽다.

또한 불면증에 떠올리기 쉬운 수면제는 일시적으로 강력한 수면 유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수면제를 1개월 이상 장기 복용하면 수면제에 의존성이 발생할 수 있고, 나아가 심한 불면증으로 이행할 수 있으므로 매우 조심해야 한다.

수면제를 통해 빠르게 잠드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 진단 하에 꼭 필요하다고 여기지는 경우에만 한정해서 최소한을 복용해야 한다.

세 번째, 불면증은 그 자체가 원인이 아닌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불면증을 타고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불안장애, 우울증, 스트레스, 시차 등으로 인한 2차성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잠드는 것에만 집중하면 안 된다. 즉 불면증의 기저에 있는 밤낮의 불규칙한 생활에 의한 시차문제,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장애 등을 관리하고 치료 받아야 제대로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휴한의원(인천) 박천생 원장은 "불면증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불면증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오늘 또 잠이 안 오면 어쩌지?’, ‘오늘 또 잠  못자고 날 새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과 불안으로 인한 노이로제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예기 불안과 걱정이 사실은 불면증 치료를 방해하고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박 원장은 "따라서 불면증을 제대로 치료하려면 불안장애, 우울증 등의 불면증 유발 및 악화  요소를 함께 관리받는게 중요하다. 불안과 걱정은 타고나는 경향성이 있는데, 그러한 체질적인 요소를 한의학적인 치료를 통해서 개선해 나가면 불면증을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치료할 수 있고, 더불어 재발률까지 낮추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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