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발생시 의료기관과 의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보상판결 금액도 비례해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사 책임이 강화될수록 방어진료가 만연해져 도리어 환자 치료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어진료 중 하나인 과잉진료는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의료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검사와 처치를 남발하는 것을 말한다.

진료기피 역시 환자의 상태가 위중해 치료결과보다 좋지 않을 것이 예상될 경우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거나 적극 치료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의사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의사책임 강화와 방어진료는 비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지난달 조합원 9,7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료인의 책임강화로 고위험 의료행위를 중단했다'는 응답이 20%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실시한 연구조사에서도 동일한 결과였다. 경희의대 이길연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방어진료로 한해에 6,50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로 인해 고위험환자 치료는 제한되고, 사망률이 높은 환자는 과도하거나 미흡한 치료를 받게 돼 환자와 의사 간 불신이 조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의료비의 약 30%가 방어진료에서 발생하며, 의사의 80%는 방어진료를 하고 있다.

영국 의사의 86%는 자신들에게 법적 처벌이 강화되면 방어진료를 강화하고, 약 50%는 고위험 환자들을 피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길연 교수는 "법적 제재의 강화, 즉 의사 개인에게 책임을 돌려서는 환자의 안전을 개선시키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와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에서는 10월 21일 오전 백범 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의료분쟁의 근간에 해결해야 할 법적·제도적 문제는 없는가?'라는 토론회를 연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