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거주하는 K(15세, 여) 중학생은 방과 후 집에 와도 부모하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

집에서는 자기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항상 슬프고 멍한 표정을 짓고 끊임없이 피곤해하며 자꾸 누워있다.

누워서 잠을 자거나 하루 종일 핸드폰으로 동영상만 보고 과자나 초콜릿 등 군것질로 식사를 때운다. 부모가 걱정돼서 조언을 하거나 타이르려고 하면, 간섭하지 말라며 무척 짜증을 내고 화를 내서 부모 마음은 속이 타들어간다. 어디에도 함부로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속앓이만 할 뿐이다.

기분장애란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정서적 상태가 비정상적으로 나타나고 기분조절이 어려운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신경정신과적 질환인 우울증도 조울증과 함께 기분장애의 범주에 속한다.

우울증의 증상으로는 하루 대부분 우울한 기분이 지배적이고, 대부분의 활동에서 흥미가 없다. 또한 체중의 대폭 감소나 증가, 식욕 변화가 나타난다.

잠들기가 어렵고 자다가 중간에 자주 깨는 불면증 증상을 흔히 동반하며 기면증 등의 수면과다의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만성피로에 시달리기도 하며 자신의 가치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며 반복되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죽음에 대해 진지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기도 하며 자살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소아 청소년기 우울증 발생 메커니즘은 이렇다. 어느 정도 불안과 초조의 성향이나 소인을 가진 아이가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와의 관계가 나빠지거나 친구들의 따돌림 등 매우 부정적인 생활 사건을 겪게 되면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인지적인 오류가 발생해 자기 또는 자신의 미래나 주변의 환경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자동적(自動的) 사고가 발생해 우울증을 유발하게 되고 증상이 악화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긍정적 생각과 부정적 사고의 적절한 균형이 깨져 버려 자신을 둘러싼 대부분의 일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게 된다.

부정적 생각의 증폭은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우울증을 악화시켜, 학업과 일상생활에 관련된 신체 기능을 매우 떨어트린다. 특히 소아와 청소년에서는 아직 두뇌 성장 및 인격의 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감정적인 동요에 더욱 휘둘리기 쉬워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워 한다.

우울증과 관련한 뇌의 영역은 전두엽, 시상, 시상하부, 해마, 편도체 등이며 증상이 나빠져 학습과 관련한 기억력을 저해하고, 생각과 판단에 관련된 사고 회로를 눈에 띄게 느리게 만든다.

사춘기 청소년과 관련된 우울증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에 많은 편이며, 가족력하고도 관련이 있다. 우울증 발병 시기가 빠를수록, 그리고 다른 정신과 증상 동반시 재발 횟수가 많을수록 심각도가 높아진다.

휴한의원(청주) 변형남 원장은 “소아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우울증은 불안장애, 반항장애, 품행장애, 적응장애, 강박증 등 각종 소아정신과적 질환들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동반 질환을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면서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앞서 언급했던 뇌신경적 원인과 함께 가족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원장에 따르면 아동 및 청소년의 개인 성향 및 체질과 관련된 부분이 많은만큼 이를 고려해 질환의 심각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반면 아동 청소년 본인은 치료에 대한 의지가 없고 거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녀의 우울증 및 기분장애에 대한 치료와 관련된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 및 대처가 필요하다.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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