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5명 이상 출산한 여성은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한 유산 경험자에서는 비경험자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절반이나 낮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은 한국과 그리스 여성의 출산과 유산 경험이 노년기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 미국 신경학저널인 Neurology에 발표했다.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임신과 출산, 유산시 변화하는 성호르몬의 변화 탓이다. 각 호르몬이 알츠하이머병에 미치는 영향은 상이하지만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조사한 연구는 흔치 않았다.

이번 연구 대상자는 국내 60세 이상 여성 3,574명. 나이, 학력, 경제수준, 직업, 만성질환(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우울 증상, 폐경나이, 생식 기간, 모유수유, 호르몬대체요법 경험 여부 등의 요소를 통제했다. 

또한 자궁 혹은 난소적출 수술 경험자나 현재 호르몬대체요법 중인 여성은 제외됐다. 이 데이터에는 65세 이상 1,074명의 그리스 여성도 포함됐다.

출산 횟수별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 5회 이상인 여성은 1~4회 여성에 비해 70% 높았다. 또한 유산 경험자는 비경험자에 비해 위험이 절반에 그쳤다. 

치매가 없는 여성에서도 출산과 유산이 인지능력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에서도 출산 5회 이상 여성은 인지기능이 낮아지고 유산 경험 여성은 반대로 높은 것으로 입증됐다.

김 교수는 "실험실 연구 결과 신경 보호한다고 알려진 에스트로겐도 수치가 너무 높으면 오히려 신경 독성을 유발한다"면서 “여러 번의 출산으로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반복적으로 겪으면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유산 여성에서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도 유산이 주로 임신 초기에 일어나는 만큼 이 시기에 일어나는 여성호르몬의 증가가 뇌세포를 보호한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국내 60세 이상 여성의 20%는 출산 경험이 5회 이상"이라며 "이들은 주기적으로 인지기능 평가를 실시하고, 규칙적 식사와 운동, 인지능력 증진 훈련 같은 예방법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된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에서 나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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