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상상력은 엉뚱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다. 때론 아이들의 이런 독특한 상상력이 불안장애나 강박장애를 일으키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휴한의원(부천) 전창환 원장으로부터 어린이의 불안장애와 강박장애에 대해 자세히 들어본다.

“부평구에 사는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가 불안장애로 내원한 적이 있었다.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였는데 대화를 나누다보니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하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이 아이의 문제는 밤마다 작은 외계인들이 창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올까 두려워하는 거였다. 문제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단순하게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하는 과정이 이중 삼중으로 고통스럽다는 점이었다.

일단 날이 더워도 절대로 문을 열어놓지 못하고 밤마다 문단속을 확인해야 했다. 그 아이의 상상력은 어른들이 제시한 모든 안심되는 점들을 돌파해냈다. 고층 아파트여서 올라오지 못할 거라는 점은 작은 우주선으로 해결됐고, 문을 잠그면 된다는 말은 첨단 무기가 작은 틈이라도 스며들어와 문을 열 것이라는 상상력으로 대응했다.”

이 어린이는 불안장애와 강박장애가 함께 발생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문제는 엉뚱한 상상력이 1가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과 어른들의 꾸지람이나 호통이 아이의 불안감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쯤되면 그냥 웃고 지나가거나 무시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더더군다나 아이의 영특한 상상력을 칭찬해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창환 원장의 설명에 나온 아이는 그렇게 두려움에 떨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가도 놀라서 잠을 깨거나, 잠꼬대도 심했다.

전 원장에 따르면 상상력과 높은 불안지수, 그리고 완벽주의 성향이 마주치면 이같은 문제가 생긴다. 이들 3가지 가운데 2가지만 결합돼도 병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성장 과정에서 아이의 내면과 외부 상황의 문제, 아이의 기질적인 성향, 문제가 생겼을 때 주변 어른들의 대응방식 등을 같이 고려해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전 원장은 "소개한 사례의 어린이 역시 지나치게 엄격한 부모님과 상담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아이의 불안감을 낮춰주는 한약치료가 필요했다. 긴장을 이완시키도록 생기능자기훈련법을 여러 차례 시행했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상상을 구별해가도록 하는 일종의 인지치료 과정도 병행해서 석 달 만에 치료를 종료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의 불안감을 엉뚱하다고 무시하면 더 큰 눈덩이가 되어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심신이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돌봐야 한다는게 전 원장의 조언이다.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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