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평상시와 다르게 약속을 잊어버리고 물건을 분실하는 등 자꾸 깜빡거린다면 '혹시 나도 치매인가?'하는 의구심을 품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단순한 건망증을 치매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건망증이 치매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평상시 깜빡 하는 일이 잦고 말이 어눌해지며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우리는 흔히 ‘치매’라고 한다.

이처럼 치매는 인지기능(기억력, 판단력, 언어능력 등)장애와 일상생활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때를 일컫는 것으로 복합적인 증후군에 가깝다.

하지만 모든 병이 그렇듯 치매 역시 단번에 치매로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즉, 치매 전에 나타나는 전조증상인 ‘경도인지장애’와 같은 신호가 있다는 것. 만약 뇌가 보내는 이 신호를 놓친다면 누구나 치매로 급격히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태규뇌리신경과 이태규 원장(신경과전문의)은 "치매는 노화로 인해 기능이 쇠퇴하여 단순히 나이가 들어 깜빡 한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며 “치매 전에 인지기능 저하가 일어나는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진단 받은 후 1년 안에 치매로 진행된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가벼운 인지장애도 대수롭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건망증도 사실은 치매나 경도인지장애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치매의 초기증상은 강도는 약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도인지장애 상태로 끊임없이 나타나며 이 과정에서 뇌세포가 손상되고 약해지기 때문에 치매로 악화될 위험이 있다.

이렇게 치매 전 단계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하는데,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지남력이 빨리 떨어지고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두고는 깜빡 잊어버리고 찾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또 대화에 필요한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거나 할 말을 논리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수리 경제에 대한 개념이 떨어지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경도인지장애가 나타나면 눈에 보이는 공간에 대한 인식 능력이 떨어져서 잘 넘어지기도 하고 운전이 서툴러지기도 한다. 이 밖에도 판단력이 떨어지고 추진력이 저하되어 결국 일상생활에 지장을 끼치며 성격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얼핏 생각하면 경도인지장애는 말 그대로 가벼운 증상으로 여겨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할 수 있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만약 치매나 건망증 등으로 병이 의심된다면 가까운 신경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매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MRI와 같은 뇌 영상 촬영은 물론이며 신경학적검사, 혈액검사, 간이 인지기능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한 후 최종적으로 확진을 받게 된다.

또 치매가 되기 이전에 전조증상으로 나타나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반드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만 치매로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에 이태규 원장은 “아직도 많은 분들이 치매로 진단 받는 것이 두려워 병원에 내원하는 것을 꺼리거나 검사조차 받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연세가 드신 분들일수록 노화가 진행되며 더 빠르게 진행되므로 평소보다 기억력 감퇴가 심하고 판단이나 계산 등의 능력이 저하된다면 신경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진단 및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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