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김모 군은 갑자기 발작 증상을 일으키면서 손과 발이 떨리고 입과 눈이 돌아가면서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병원 검사 결과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됐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효과는 없고 부작용에만 시달렸다. 아직도 김 군은 평균 한달에 한번 발작 증상이 계속돼 학교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 12일 세계 뇌전증의 날을 맞아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박용숙 교수로부터 뇌전증의 기원과 치료법, 국내 상황에 대해 알아본다.

뇌전증(epilepsy)이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외부에서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힌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의학적 지식이 무지했던 예전에는  '정신병자', '귀신 들린 사람' 등으로 낙인 찍어 치료가 어려운 유전적 성향이 강한 선천적 질환으로 인식됐다. 

그릇된 선입관 때문에 아직까지 사회적 편견을 갖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질환인 만큼 대한뇌전증학회와 한국뇌전증협회는 지난 2012년부터 질환의 공식명칭을 기존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변경했다.

뇌파 등의 의과학 기기나 신경생리학의 발달로 뇌전증의 발생 원인은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 흥분현상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을 억제하는 약물을 쓰거나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병소를 제거하면 증상의 완화와 치료가 가능한 병으로 간주된 것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고혈압, 당뇨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며 일부는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신경외과 박용숙 교수는 "항경련제를 일정기간 적절히 복용하면 뇌전증 환자의 약 70%에서 경련 발작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신경세포의 흥분을 억제시키고, 발작을 억제하면서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항경련제가 개발되어 일반적으로 전체 뇌전증 환자 가운데 약 40%는 2~3년간 약물치료로 재발없이 완치된다. 40%는 재발하지만 5년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발작 정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나머지 20~30%로 수술로 부분 완치도 가능하다.

보통 2년 동안 최소 2가지 이상의 약물요법에도 불구하고 월 1회 이상 경련이 반복되면 난치성 뇌전증이라고 한다.여기에는 수술적 치료나 케톤식이요법, 미주신경자극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뇌파 모니터링, MRIㆍPET 등 진단기술과 뇌전증에 대한 수술 기법이 발달하고 수술 성적이 향상되면서, 부분발작인 측두엽뇌전증 또는 뇌종양이나 동정맥 기형 등 뇌전증 원인이 뚜렷한 경우에는 수술치료 효과가 높다.

대한뇌전증학회의 역학조사(2013년 유병률)에 따르면 국내 난치성뇌전증환자는 5만 여명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40~50%인 약 2만~2만5천명이다. 난치성뇌전증환자는 연간 4천~5천명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뇌전증학회에 따르면 뇌전증환자는 국내 40~50만명, 전세계 6,5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박 교수는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최근에는 미주신경이나 대뇌 깊은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뇌신경 자극술을 고려한다. 이 치료법은 아주 가느다란 전기선으로 끝에만 약하게 뇌에 일정한 전기 자극을 주어 뇌 손상 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기자극발생기와 미주신경자극전극을 체내에 삽입하고, 지속적으로 미주신경을 적절히 자극해 뇌전증 발작의 횟수와 정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비교적 간단해 환자에게 부담이 적고 자극과 관련된 합병증도 외부에서 자극 강도를 조절해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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