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 부위를 잘라낼 수 있는 유전자가위의 효과를 좀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인공지능(AI)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연세대의대 약리학 김형범 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위원)팀과 서울대공대 윤성로 교수(전기정보공학부)팀은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유전자가위를 선택해 제시해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유전자가위는 DNA를 자르는 절단효소와 염기서열에 붙게 만드는 가이드RNA로 구성돼 있다. 선택한 유전자가위에 DNA염기서열을 부착해야 유전자 교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어떤 가이드RNA를 선택해야 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존에도 효과를 예측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있었지만 정보량이 적어 활용도가 낮았다. 따라서 다양한 유전자가위를 만들어 일일이 실험으로 검증할 수 밖에 없어 시간은 물론 투입되는 노력과 비용도 상당했다. 

연구팀은 입력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일정한 규칙성을 찾아 제시할 수 있는 딥 러닝 기술을 가진 인공지능이 대안이라고 판단해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첫 단계로 기존에 개발된 방법으로 유전자가위의 활성도를 측정해 1만 5천개에 달하는 각기 다른 가이드RNA를 가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pf1)의 유전자교정 효과 정보를 확보했다. 이어 이 정보를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로 최적의 유전자 교정 효과를 낼 수 있는 유전자가위의 순서를 제시토록 했다.

인공지능이 제시한 예측치는 실제 실험결과와의 상관관계가 0.87로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상관관계가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와 신뢰도가 높다. 기존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0.5~0.6이었다.

기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비해 신뢰도와 정확도를 높이는 비결은 새로운 변수 조건 덕분이다. 사다리 모양의 3차원 나선형으로 돼 있는 DNA구조에서 목표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잘 찾아가고, 잘 잘라내는' 염색질 접근성을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것이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으로 연구자는 최적의 유전자가위 정보를 이용해 몇개의 유전자가위만을 만들어 실험을 통해 검증할 수 있어 시간과 노력,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후원으로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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