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주부 윤영자(가명) 씨. 최근 독감을 심하게 앓고 나자 손발이 찌릿한 저림 증상으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윤 씨는 단순히 혈액순환의 문제로 알고 손을 주무르거나 건강기능식품을 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통증이 심해지고 팔다리의 힘도 줄어들어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가 황당하게 말초신경들이 손상되는 '길랭바레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철에는 손발저림 등의 통증환자가 많아진다. 그래서인지 손발저림의 원인을 찬바람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손발저림 발생 원인으로 혈액순환장애는 드물고 윤 씨처럼 말초신경질환이나 척추질환, 뇌졸중, 심리적인 문제 등이 많다고 중앙대병원 신경과 안석원 교수는 설명한다.

손발저림이라는 일반적이고 공통된 증상이라도 사람마다 저림증의 원인들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이유다. 따라서 증상 정도, 발생 부위, 진행 경과, 동반 증상, 기왕력 등을 잘 살피고 적절한 검사를 해야만 정확한 원인 질환을 밝혀낼 수 있다. 다음은 안 교수가 설명하는 손발저림의 발생 형태로 본 증상이다.

손저림과 발저림이 양측 또는 대칭으로 나타나면  '말초신경병증'
손발저림의 가장 대표적이고 흔한 원인이 말초신경병증이다. 팔다리를 비롯해 몸 전체에 전선줄처럼 퍼져있는 말초 신경계의 손상 때문에 발생한다. '이상감각', '감각저하', '저림증' 등의 감각 증상부터 힘이 빠지는 근육 마비까지 올 수 있다.

갑자기 손발저림이 발바닥이나 발가락 끝, 손가락 끝에서부터 나타나서 점차 올라오고, 보행 장애나 젓가락 사용에 문제가 있다면 말초신경병증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한쪽 손 엄지, 검지, 중지 저리면 '손목터널증후군' 
말초신경병증 중에서도 뼈나 관절, 인대, 근육 등 주변 구조물에 의해 말초신경이 압박을 받아 발생하는 '단발성 말초신경병증'은 한쪽 팔이나 한쪽 다리에만 저림증이 발생하며 '손목터널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손목을 완전히 안으로 굽힌 상태에서 손에 통증과 손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손목 가운데 말초신경의 주행 부위를 누르거나 가볍게 칠 때 손저림이 나타나면 이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손가락 전기 오듯 저리고, 기침 날 때 저리면  '목디스크'
손 저림과 함께 손가락까지 전기가 오는 듯한 찌릿한 자극이나, 어깨통증, 두통, 뒷목의 뻣뻣함 등이 동반될 경우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일 가능성이 높다.

다리의 옆쪽과 뒤쪽이 저리면 허리 척추디스크, 발목,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등이 저리고 허리 통증이 동반되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 볼 수 있으며, 기침할 때 저린 증상이나 통증이 심해지면 척추질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갑작스런 손발저림과 입술이 동시에 저릴 땐 '뇌졸중'
고령자에서 손발이 저리기 시작하고 저림 증상의 발생 시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 그리고 두통, 어지럼, 언어마비, 입술저림, 팔다리의 힘 빠지는 증상 등이 동반되거나 우측 또는 좌측 팔다리에만 증상이 있으면 뇌졸중을 의심해봐야 한다.


손발저림은 말초신경병증이나 뇌졸중, 척추질환 외에 혈액 순환 장애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손발저림 외에도 시림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찬 물이나 차가운데 노출되면 증상이 악화되고,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이 하얗게 변하기도 한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에 의한 동맥경화증, 흡연에 의한 버거씨병, 하지정맥류, 레이노이드 증후군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직장내 갈등, 압박감, 가정불화, 극심한 스트레스나 불안감, 불면증, 공황장애, 만성피로, 과호흡증후군 등의 심인성 문제도 손발저림의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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