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판매업을 하고 있는 배명주(가명, 37세)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발표할 때면 떨리는 증상이 있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여러 명이서 대화하기가 힘들고, 발표하거나 일어설 때 목소리가 떨릴까봐 얘기도 못하고, 사람들 많은 직장에는 취직도 힘들다고 한다. 그 상황이 되면 손이나 다리 떨리고, 심장 쿵쾅거리고,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 생각도 안 나며, 숨이 막힐 때도 있고, 상황을 회피하고 싶다고 한다. 미용사 자격증을 땄으나 10년 전 실전에서 손이 떨려서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래도 미용일은 인생의 꿈이라고 한다.

이처럼, 대인관계나 발표와 같은 특정 사회적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창피스런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뚜렷해서, 그런 상황을 회피하려 하게 되고 만약 거기에 계속 노출된다면 지속적으로 심한 불안을 느끼게 되는 정신과적 질환을 일컬어 사회공포증이라고 한다.

보통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해서 특히 낯선 사람들로부터 평가받는 상황에 공포심을 갖게 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할 때이고, 이밖에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해야 할 때나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특히 이성과 대화를 하거나 데이트 신청을 할 때, 권위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서 대화를 할 때,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글씨를 쓸 때,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와 같은 경우들이 있다.

원인은 우선 유전적 소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경과학적으로는 불안이나 공포에 주되게 관여하는 뇌의 영역인 편도체라는 부위가 지나치게 예민한 경우, 특정 사회적 상황에서 과도한 반응을 보이게 되고, 이로 인해 위협 상황에서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에피네프린 활동 수준이 정상보다 더 높아져 각종 불안 증상을 야기하게 된다. 또 후천적인 사회심리적 요인으로는 비교적 어린 시절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크게 당황하거나 수치스러운 사회적 불안을 경험한 후 이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잠재의식 속에서 지속적으로 자극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심담허겁(心膽虛怯)을 원인으로 보는데, 이는 한의학적으로 정신작용을 주관하는 심(心)과 결단을 내리게 하는 담(膽)의 기능이 저하되어 쉽게 놀라거나 불안해하고 겁을 많이 내는 기질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날 때의 신체 반응으로는 가슴이 쿵쾅쿵쾅 심하게 뛰거나 숨쉬기가 힘들어지거나 목소리가 떨리고, 손이나 몸이 떨린다거나 얼굴이 화끈거리고 붉어지며, 근육이 경직되고 얼굴이 굳어지며 땀이 나고 입이 마르며 눈앞이 아찔 거리기도 하면서 이러한 증상들을 남들이 볼까 두려운 마음이 들게 된다. 그러면서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으로는 우습게 보일거야, 남들이 바보라고 생각할거야, 난 역시 무능해, 잘 해야 되는데 실수하면 끝장이야 이런 부정적 자아상이나 완벽주의적인 생각들이다.

보통 10대 후반에 호발하는데,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공황장애 등으로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조기에 전문가를 찾아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도움말: 휴한의원 대전점 손성훈 원장)

<메디칼트리뷴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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