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트리뷴 박지영 기자]   경험많은 의사일수록 감기 등 비세균성 급성상기도감염증에 항균제(항생제)를 많이 처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세인트조지프헬스케어런던의 마이클 실버먼(Michael Silverman) 박사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18만여명의 의료데이터를 이용해 항균제 사용에 대한 후향적 분석 결과를 Annals of Inetranl Medicine에 발표했다.

◆환자와의 관계, 수익성이 과잉처방과 관련

대다수의 가이드라인은 비세균성 급성상기도감염증에 항균제를 사용해선 안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기관지염증이나 부비강염, 감기 증상 등에 항균제 처방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항균제의 부적절한 처방은 부작용은 물론 의료비 증가, 약제내성균 확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버먼 박사에 따르면 부적절한 항균제 처방 배경에는 환자가 원하거나 환자와의 관계를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처방되고 있다. 항균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환자에게 설명해주기 보다는 처방하는 쪽이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박사는 항균제의 부적절한 처방을 위한 개입방법을 알아보는 전 단계로 이번 연구를 실시했다.

이 연구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의료관리데이터베이스가 사용됐다. 2012년 1년간 개원의(1차 진료의) 진료를 받은 66세 이상 고령환자의 급성상기도감염증에 대한 항균제 처방의 실태와 이러한 처방패턴에 관여하는 인자에 대해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대상자는 개원의 약 9천명이 감기, 급성부비강염, 급성인두염·기관지염, 급성기관지염으로 진단한 비세균성 급성상기도감염증환자 18만 5천여명(평균 74.6세).

항균제가 많이 필요한 암환자와 요양시설 환자 등 고위험환자는 연구대상에서 제외됐다.

주요 평가항목은 첫번째 진찰 이후 30일 이내에 항균제를 처방받은 환자 비율로 하고, 항균제는 아미노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마크로라이드, 플루오로퀴놀론 경구제가 포함됐다.

이들 항균제 처방이 10일 분이 넘는 환자는 만성질환에 대한 처방 가능성이 높아 제외됐다.

◆하루 진료 환자수가 많거나 경력많은 의사일수록 부적절 처방

분석 결과, 대상자 가운데 감기 환자가 53%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급성기관지염, 급성부비강염, 급성인두염 순이었다.

환자의 46%에 항균제가 처방됐으며 비처방군에 비해 처방군에서는 급성기관지염, 급성부비강염 비율이 높았으며, 과거 1년간 항균제 처방경험률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이들 2개군의 나이와 병행질환 등은 비슷했다.

한편 개원의 배경인자를 보면 의대졸업 후 11년~24년 이하인 중견 또는 졸업한지 25년 이상인 베테랑 의사가 약 81%였으며, 59%가 남성이었다. 진찰 환자수가 하루 25명 이상인 의사는 53%였다.

회귀분석 결과, 졸업한지 1년 미만인 의사에 비해 11년~24년 이하인 중견 또는 25년 이상 베테랑 의사에서 항균제 처방률이 5.1%P 높았다.

또 캐나다와 미국에서 의대를 나온 의사에 비해 다른 나라 의대를 나온 의사가 항생제 처방률이 3.6%P 높았다.

하루 진료 환자수가 25명 미만인 의사에 비해 25~44명 미만 또는 45명 이상인 의사도 항생제 처방률이 각각 3.1%P, 4.1%P 높았다.

◆'경력많을수록 표준치료 덜 지킨다'와 일치

하루 진료환자수가 많은 의사에서 항생체 처방빈도가 높게 나타난데 대해 실버만 박사는 시간에 쫓기거나 피로에 따른 판단력 저하 등이 관련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력이 짧은 의사보다 베테랑 의사가 항생제 처방을 쉽게 한다는 결과에 대해서는 "이번 연구에서 검토되지 않은 다른 인자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인과관계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결과는 경력많은 의사일수록 새 표준치료를 덜 지킨다는 최근 보고된 계통적 검토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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