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트리뷴 김준호 기자]   대변을 본 후 출혈이 있으면 치핵(치질)이 아니라 대장암이나 대장용종일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범규 교수는 "치핵이 대장암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혈변의 원인이 대장암 등 다른 질환에 있는데도 치핵으로 오인되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치핵이나 혈변이 있으면 대장내시경검사를 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지만,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에서는 50세 이상, 체중감소, 배변습관 변화, 혈변과 빈혈을 동반하거나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선별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20~30대가 혈변을 보면 단순 치핵일 수 있다. 하지만 40대가 넘어가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변비, 설사 및 평소와 다르거나 혈변, 점액변, 잔변감, 복통, 복부팽만, 체중감소, 빈혈 등의 증상이 생겼다면 대장암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보통 치핵이 암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대장암 징후인 변비나 설사가 지속하면서 치핵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혈변 때문에 대장내시경을 받은 321명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68%가 치핵을 가지고 있었지만 29%에서는 대장용종이 동반됐다.

대장암이나 진행성 대장용종을 가진 환자도 1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50세 미만의 젊은 혈변환자 중에도 5%가 대장암으로 진단됐으며, 23%는 선종(양성종양)이 발견됐다.

실제로 한 59세 남성은 2년전부터 대변을 본 후 간간이 출혈이 있었지만 단순 치핵으로 방치하다가 최근 출혈이 잦아지면서 병원을 찾았다가 대장암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대장암 초기로 진단돼 복강경 대장절제술을 통해 암을 제거할 수 있었지만 치핵이 없어서 항문 출혈이 없었다면 대장암이 꽤 진행된 후에 진단이 되어 수술 범위가 커지는 것은 물론 진단 당시 수술이 불가능했을 수도 있었던 경우다.

김 교수는 "대장암 대부분은 대장선종(용종)이 자라서 발생하기 때문에 45~50세 이상 성인은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대장선종을 확인하고, 선종이 있으면 제거해야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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