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트리뷴 김준호 기자]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동일 성분이 치약도 함유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임신부 10명 중 9명은 임신기간 중 유해 화학물질 노출에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 56.3%는 이로 인해 스트레스까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가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임산부 1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해 화학물질 제품 노출 및 관리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신부의 99.2%는 생활 속 화학물질 제품 노출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수치는 임신 전보다 약 30% 높아진 것으로 임신이 생활 속 유해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로 조사됐다.

화학물질 노출을 두려워하는 원인에 대해 '화학물질 및 제품이 태아에 기형을 유발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87.4%로 가장 높았다. 이어 '화학물질 및 제품이 본인의 건강을 해칠 것 같아서(41.7%)', '미디어를 통해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자주 소개되어서(33.9%)'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경계심을 보이는 화학물질 종류로는 태아에 영향을 준다고 밝혀진 환경 호르몬 비스페놀A(74.8%)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MIT(68.9%)였다.

이어 가구 내장재에 들어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47.9%)과 큰 생선에 들어있는 수은(37.0%), 납(26.1%) 성분이 그 뒤를 이었다.

임신기간 중 화학물질 회피 방법에 대해서는 '자연유래, 무첨가, 친환경 인증 제품 사용'(55.1%)과 '잦은 실내환기'(50.4%)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자신의 방법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1%에 불과해 생활 속 실천 방법에 대한 의구심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불안감은 생활 속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응답자의 56%는 화학물질 노출을 피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특히 잘못된 생활 수칙이 태아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하는 스트레스도 컸다(96.1%).

이어 '현재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 실행하는 것일까(94.9%)', '신경쓸 부분이 많아 평소 생활에 불편하다(90.8%)'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반면 친환경 제품 구매 등 화학물질 노출을 줄이기 위한 경제적 부담에 대한 스트레스는 비교적 높지 않았다(61.8%).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는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서는 유해 물질을 피해야 하지만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은 일상 속 스트레스를 유발해 오히려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대 생활 속에서 화학물질의 노출을 100% 차단하기는 어려운 만큼, 임산부에게 유해한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되도록 피하고 제품의 용법 용량을 지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형아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엽산을 임신부에 권하는 것은 평소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천연 엽산의 체내 흡수율이 합성 엽산에 비해 60%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특히 우리나라 임신부 10명 중 1~2명 가량은 엽산 흡수를 방해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흡수율 높은 합성 엽산의 복용이 도움이 된다.

아울러 태아 건강과 관련해 우려되는 사항들은 산부인과 방문 시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정확하며 무엇보다 임부가 편안한 마음으로 안정적인 산전 관리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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