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학회 "60일 처방제한으로 치료미흡 자살률 상승"
신경정신과학회 "약물만으로는 안돼 심리사회적 치료 필수"

우울증치료제인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 사용 범위를 두고 학회간 재격론이 벌어졌다.

대한뇌전증학회 등 신경과 관련 학회는 SSRI의 60일 처방 제한을 풀라는 주장을, 대한정신건강의학회는 SSRI를 비롯한 모든 항우울제에 급여 제한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주관 대한뇌전증학회)에서 대한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한국의 의사 약 10만명 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약 3%에 불과해 우울증 치료를 전담하기엔 부족하다. 우울증환자 90% 이상이 치료기회를 박탈당하며 자살률 상승으로 이어진다"면서 우울증 치료의 정체 현상의 해소를 요구했다.

홍 회장은 "SSRI의 60일 처방 제한은 이미 약값 인하로 존재할 이유가 없어졌다"면서 "특히 우울증 빈도가 높은 4대 신경계 질환에 동반되는 우울증 치료에는 암환자처럼 SSRI 60일 처방 제한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해외 여러나라의 신경과학회, 뇌졸중학회, 치매학회 등에 SSRI규제에 대한 상황을 질문한 결과 제한이 전혀 없다.

SSRI제한 철폐는 정신과 전문의도 찬성하고 있다. 한미정신과협회 전(前)회장이자 미국UCLA(캘리포니아대학 로스엔젤레스) 정신과 유태평 교수가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 보낸 서신도 공개해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신경과 전문의들에게 SSRI 60일 처방제한을 해제해 줄 것을 강력 요청한다"고 돼 있다.

일본 일본뇌전증학회 수니오 가네코 회장(정신과 전문의)도 일본 정신과의사가 담당하는 우울증환자는 약 30% 정도라며 전문과에 관계없이 모두 SSRI 를 처방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한신경정신과의학회 석정호 보험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과)는 "우울증환자의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은 SSRI 처방을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심각한 우울증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로 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SSRI나 SNRI(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억제제)를 제외한 많은 종류의 항우울제를 태과에서 제한없이 처방하는 현실에서 SSRI의 처방 제한으로 자살률이 높아졌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석 이사는 "SSRI의 타과 사용을 60일로 제한하는 것은 특정과의 독점이라기 보다는 약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중증 우울증환자에게 심리사회적 부분까지 제대로 치료받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울증에 아무 의사나 약만 쓰면 치료할 수 있다는 논리는 '불면증엔 수면제, 우울증엔 항우울제'라는 단순하고 기계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석 이사는 신경계질환자가 우울증을 동반했는데도 정신과 치료를 거부할 때에는 타과 의사라도 우울증치료제를 처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료전문가의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 조장과 심리사회적 치료를 도외시해 우울증치료에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석 이사는 "항우울제의 무분별한 장기 처방은 우울증환자의 증상을 만성화시키고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현재 항우울제 급여기준은 SSRI계열 및 일부 항우울제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모든 항우울제데 확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