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0만명 추산 실제 진료환자 20만명
난치성환자 약 2만명, 이 중 절반만 수술가능
SSRI약물 처방제한은 질환 몰이해 탓

국내 뇌전증(간질)환자가 최대 4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으로는 물론 보험가입에도 차별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뇌전증학회는 17일 춘계학회(그랜드힐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뇌전증환자의 실태를 알렸다.

학회는 뇌전증환자의 보험가입률 저조하다면서 "일부 국내 보험회사에서 단 한번의 경련발작만으로도 보험가입을 받지 않는다는 내부방침을 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뇌전증환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환자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25%. 발병 후 가입환자는 15%에 불과하다. 영국의 뇌전증환자 생명보험가입률 53%에 이른다.

학회는 "뇌MRI가 정상이고 최소 1년 이상 경련발작이 없는 뇌전증환자의 사망률은 일반 대중의 사망률과 유의차가 없다는 최근의 연구결과에서 볼 때 국내의 뇌전증환자 사보험 가입 기회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당뇨병 등의 질환에도 제약은 있지만 뇌전증은 유난히 제약이 많다는게 학회 측 입장이다.

이 뿐만 아니라 약물치료가 불가능해 수술이 필요한 뇌전증환자가 1만명에 이르지만 뇌전증을 치료하는 두개강내 전극에 대한 삭감이 지나쳐 연 수술 건수가 500건 미만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학회는 "뇌전증 수술은 신경과-소아신경과-신경외과-뇌영상-신경심리-전문간호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수술팀이 구성돼야 하는데도 수술비는 다른 신경외과 수술비에 비해 원가에 훨씬 못미친다"면서 제도적 미비점을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기존 수술센터 수도 줄어들어 20년 전 10곳에서 현재 6곳으로 줄어들어, 수술 대기만 1년 이상이 걸린다.

다른 뇌수술 보다 까다롭다 보니 이 분야의 전문가도 점차 씨가 마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도움은 커녕 과잉 삭감으로 뇌전증 환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게 학회 설명이다.

그나마 삼차원뇌파수술(SEEG)이라는 첨단 수술법이 나온게 위안이다.

SEEG의 장점은 뇌의 어느 부위에도 꽂을 수 있어 데이터 확보에 장점이 있는데다 비침습적 시술인 만큼 감염증 등 합병증이 적은게 장점이다.

특히 기존 절제술 처럼 머리를 절개할 필요가 없어 환자의 고통은 물론 입원기간 및 비용도 적다. 학회에 따르면 기존 전극 삽입술과 비용적으로도 차이가 없다.

뇌전증환자의 심각한 우울장애 유병률은 22%, 일반 우울증은 40%에 이를 만큼 뇌전증과 우울증은 매우 밀접한 질환이지만 신경과에서의 항우울제 처방은 제한적이다.

홍승봉 학회장에 따르면 우울증환자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다른 과에서 항정신제 처방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신경과에서는 SSRI계열 항우울제 처방 기간은 60일로 제한돼 있다.

홍 학회장는 "정부는 SSRI는 제한하면서도 다른 항우울제는 규제하지 않는다"면서 "최신 약물만 못쓰게 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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