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인의 약 14%는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인 7명 중 1명은 일년에 한차례 이상 자살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함병주 교수팀은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제5기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 '한국 인구의 대표 표본 내에서 자살 생각을 갖는 성인의 정신보건서비스 이용' 연구결과를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발표했다.

연구 대상자는 19세 이상 성인 17,869명. 이 가운데 1,271명(48.7%)은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로 2주 이상 우울감이 지속됐으며, 134명(5.4%)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지난해 정신질환을 이유로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인터넷·전화 등을 이용한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약 8%인 193명에 불과했다.

의료기관, 정신보건기관, 상담센터 등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학력이나 나이, 결혼여부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고연령층, 사별한 성인과 같은 정신질환의 취약 계층에서 정신보건서비스 이용하지 않는 비율이 오히려 높았다.

똑같이 자살충동을 느껴도 65세 이상은 19~34세에 비해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비율이 약 5배 높았다. 50세~64세 역시 약 2배 높았다.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자에 비해 중졸~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성인도 약 2배였다.

배우자와 사별한 사람은 약 3배 높았으며 경제활동자는 비경제활동자에 비해 1.6배, 임금근로자는 실업자에 비해 약 2배 높았다.
 
함병주 교수는 "노인, 저학력층, 사별한 성인과 같은 정신질환의 취약 계층에서 오히려 정신보건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는 점은 이들이 자살 위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또 "자살 생각은 실제 자살 시도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자살 관련 생각이나 충동이 생기는 경우 정신보건서비스 이용을 통해, 조기에 정신과적 어려움에 대한 도움을 받는 것이 자살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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