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에 많이 나타나는 만성질환의 각종 가이드라인에서는 엄격하게 설계된 무작위 비교시험 결과에 근거해 사용 약물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만성질환을 많이 가진 65세 이상 고령자에서는 가이드라인 권장 약물의 사용과 사망위험 감소가 실제 임상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미국 예일대학 메리 티네티(Mary E. Tinetti) 교수는 미국의료보험수급자를 대상으로 만성질환이 2개 이상인 고령자의 사용약물과 사망위험 관련성을 비교한 코호트 연구 MCBS(Medicare Current Beneficiary Survey)의 결과를 BMJ에 발표했다.

만성질환 2개 이상 고령자의 사용약물과 사망위험 관련성 비교

이번 연구 대상자는 65세 이상 8,578명으로, 이들을 3년간 추적관찰했다.

분석대상 질환은 심방세동, 관상동맥질환, 만성신장병, 우울증, 당뇨병, 심부전,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혈전색전성질환 등 유병률이 높은 순으로 정했다. 이 가운데 2개 이상을 가진 증례가 대상자가 됐다.

뇌혈관질환과 심장판막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매, 만성신장병은 가이드라인에서 권장하는 약물과 경구 의약품이 없다는 이유로 기준에서 제외됐다.

각 질환의 가이드라인이 권장하는 경구치료제 가운데 고혈압과 심질환에 적응증을 가진 베타차단제, 칼슘길항제, 레닌안지오텐신계 억제제, 사이아자이드계 이뇨제, 항혈소판제 클로피도그렐, 당뇨병치료제 메트포르민, 우울증치료제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재흡수억제제(SNRI), 이상지혈증치료제 스타틴, 항응고제 와파린의 투여 유무와 생존율을 비교했다. 아스피린은 정확한 정보를 추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베타차단제·칼슘길항제·RA계억제제·스타틴·와파린에서 관련

대상자의 50% 이상이 가이드라인에서 권장하는 약물을 사용했으며, 추적기간 동안 1,287명이 사망했다.

순환기약물 가운데 만성질환 종류에 상관없이 약물 적응증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낮춘 것은 베타차단제, 칼슘길항제, RA계 억제제, 스타틴과 와파린 등이었다.

베타차단제의 경우 심방세동환자의 사망 위험비(조정 후)는 0.59(95% CI 0.48~0.72), 심부전은 0.68(0.57~0.81)이었다.

스타틴의 관상동맥질환 위험비는 0.75(0.62~0.90),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위험비는 0.68(0.58~0.80). 와파린의 심방세동 위험비는 0.69(0.56~0.85), 혈전색전성질환 위험비는 0.44(0.30~0.62)였다.

클로피도그렐, 메트포르민, SSRI/SNRI는 약물 적응증의 사망위험을 줄이지 못했다.

한편 베타차단제와 와파린에서는 만성질환 합병증 종류에 따라 사망위험 감소 효과가 줄어들었다.

베타차단제의 경우 우울증·관상동맥질환·고지혈증·고혈압 합병 례에서, 와파린의 경우는 심방세동·우울증·고지혈증·고혈압 합병례에서 효과가 감소했다.

티네티 교수는 "일부 순환기치료약물에서는 무작위 비교시험 성적에 비례하는 생존율 효과가 확인됐지만 일부 약물은 합병증에 따라 다른 효과를 보였다"고 결론내렸다.

따라서 여러 질환을 가진 고령자에게는 합병증 종류별로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처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요한볼프강괴테대학 크리스티안 무스(Christiane Muth) 교수는 관련논평에서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만성질환의 진료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면서 "질병 단위로 발표되는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치료 부담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수는 "약물치료에 의한 고령자의 생존 효과를 평가하려면 사망위험 감소와의 관련 뿐만 아니라 다약제 병용이 예후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부담 등 과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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