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심장병학회(ESC Congress 2015)가 지난 2일 폐막됐다. 이번 대회에서 발표된 '비ST상승형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폐고혈압' '심실성 부정맥 관리와 심장 돌연사 예방' '감염성심내막염' '심낭질환'에 관한 가이드라인 5개를 정리해 본다.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기존처럼 대퇴동맥이 아니라 요골동맥 이용을 권장하는 등 크게 개정된 비ST 상승형 ACS의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각 가이드라인의 개정 포인트를 소개한다.

▲비ST상승형 ACS:신속 진단 알고리즘 새롭게 제시

비ST상승형 ACS 관리 가이드라인(2015 ESC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acute coronary syndromes in patients presenting without persistent ST-segment elevation) 개정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 ESC 2015 웹사이트에서 발췌
이번 개정의 포인트는 ACS환자의 관상동맥조영술 및 PCI는 대퇴동맥이 아니라 요골동맥을 이용한다는 점을 클래스Ⅰ(증거레벨 A)로 권고했다.

이는 최근에 보고된 RIVAL시험 및 SAFE-PCI시험, MATRIX시험 등에서 대퇴동맥보다 요골동맥이 전체사망과 심혈관질환 등 위험 외에 대출혈 위험이 낮게 나타난 점에 근거했다.

현재 대퇴동맥을 통해 PCI를 시행하는 병원에는 요골동맥을 이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비ST 상승형 ACS 의심환자 진단시에도 진찰시 및 진찰 3시간 후 심근트로포닌 측정을 권고하는 기존 알고리즘에 신속진단 알고리즘을 추가했다.

고감도 트로포닌을 측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진찰시와 1시간 후 측정을 선택항목에 포함시켰다.

가이드라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카를로 파트로노(Carlo Patrono) 씨는 "어떤 알고리즘도 유용성은 같다. 다만 신속한 진단 프로토콜을 이용하면 일찍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APT기간은 허혈 출혈 위험별로 3개월~3년까지 고려

현재 논란 중인 항혈소판제 병용요법(DAPT) 기간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1년을 권고했지만, 환자 마다 출혈 및 허혈위험이 다른 만큼 단기간(3~6개월) 또는 장기간(최장 30개월)도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DAPT의 최적기간 외에 관상동맥조영술 및 PCI 시행 전에 P2Y12 억제제 전투여(pretreatment)도 논란거리다.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진단할 때부터 항혈소판제 투여를 권고하고 있지만, 나중에 발표된 ACCOAST시험 결과, 프라수그렐 전투여가 일반 치료에 비해 출혈성사고 위험을 높이고 허혈성사고 위험은 낮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새 가이드라인은 "프라수그렐 전투여는 권고할 수 없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티카그렐러 및 클로피도그렐의 경우 동일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권장안함(사용을 권장도 부정도 할 수 없다)'으로 분류됐다.

▲폐고혈압:초기치료에 새 치료제 포함 병용요법도 선택항목으로

폐동맥고혈압 진료 가이드라인(2015 ESC/ERS ​​Guidelines for the diagnosis and treatment of pulmonary hypertension)은 6년 만에 개정됐다.

유럽​호흡기학회(ERS)와 함께 제정한 이번 가이드라인의 포인트는 새로운 치료알고리즘이다.

여기서는 환자 위험도에 따라 치료 전략을 나누어 초기치료부터 단독요법 뿐만 아니라 병용요법도 선택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약물의 조합이나 권장도, 증거레벨 등의 세부 사항도 정리해 놓았다.

폐동맥고혈압(PAH) 치료 가이드라인은 최근에 새 치료제가 나오면서 치료법의 선택폭이 넓어진데다 병용요법의 증거가 축적된게 개정의 이유가 됐다.

만성폐혈전색전성 폐동맥고혈압(CTEPH)의 새로운 치료 알고리즘도 제시했다. PAH 진단 후에는 환자를 신속하게 전문병원으로 보내거나 순환기와 호흡기전문의와 방사선기사 등 다학제팀이 치료해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심실부정맥 : 심장돌연사에서는 DNA 검사

ESC는 지난 2006년에 미국심장병학회(ACC) 및 미국심장협회(AHA)와 공동으로 ​​심실성 부정맥의 관리와 심장돌연사 예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Europace).

하지만 이번에 개정 가이드라인(2015 ESC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patients with ventricular arrhythmias and the prevention of sudden cardiac death)은 유럽소아선천성심장질환학회(AEPC)의 승인을 받아 ESC가 단독 진행했다.

이번 개정의 포인트로는 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실비아 길리아나 프라이오리(Silvia Giuliana Priori) 씨가 꼽은 젊은 심장돌연사자의 사후 평가를 위한 DNA검사와 유전적 요인 검색이다. 가족의 신속한 진단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새로운 권고(emerging recommendations) '라는 항목이 처음으로 추가됐다. 이는 클래스I으로 권고하기에는 증거레벨이 약하지만 매우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권고항목이다.

일례로 베타차단제 복용 중인 이식형제세동기(ICD) 금기 또는 고위험으로 판단되는 카테콜아민 유발성 다형성 심실빈맥(CPVT) 환자 가운데 실신을 반복하거나 다형성/이방향 심실빈맥을 보이는 환자에게 베타차단제와 항부정맥제 프레카이니드 병용을 emerging recommendation로 권고했다(클래스Ⅱa, 증거레벨 C).

이에 대해 프라이오리 씨는 "장기간 사용돼 온 약제인 프레카이니드가 이제서야 새로운 적응이 제시됐다. 이로써 지금까지 치료법이 제한됐던 희귀질환에 새 치료법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단기간 심장돌연사 위험이 높고, 이식형제세동기(ICD)를 사용할 수 없는 좌심실 수축기능이 저하된 환자에는 착용형 제세동기(wearable cardioverter defibrillator) 사용도 고려할 수 있다고도 권고했다.

ICD를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젊은환자나 감염 등으로 기존 정맥형 제세동기를 제거하고 다시 제세동기를 삽입하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피하이식형 ICD가 유용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감염성 심내막염:다학제팀에서 신속한 치료하면 사망률 감소

감염성 심내막염 관리 가이드라인(2015 ESC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infective endocarditis)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심내막염의 영상진단이다.

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 길버트 하빕(Gilbert Habib) 위원장은 "이전 가이드라인(2009년판)에서는 심초음파 검사를 우선했지만 새 가이드라인에서는 PET와 CT 등 다른 영상진단기술 수준이 높아져 통합 진단 알고리즘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치료는 순환기전문의, 심장전문의, 감염전문의가 포함된 심내막염 전문팀이 담당해야 한다는 권고도 처음 제시했다.

실제로 하빕 위원장의 병원에서는 전문팀 체제를 갖춘 이후 감염성 심내막염환자의 연간 사망률이 18.5%에서 8.2%로 줄어들었다고 가이드라인은 전했다.

이 밖에도 ICU 입원환자의 감염성 심내막질환이나 암 관련 감염성 심내막증, 쇠약성 심내막염(비세균성 심내막염) 등 특정 상황에서 발생한 감염성 심내막증 권고도 제시됐다.

전문가 견해가 엇갈리는 예방적 항생제 투여는 효과를 입증할만한 과학적 증거가 없는데다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면서 기존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말 것을 권고했다.

감염성 심내막염 위험이 높아졌다는 보고가 나온 만큼 이번 개정 작업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결국 개정하는데는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 큰 변경은 없었다.

▲심막질환:급성심막염의 1차 치료는 아스피린이나 NSAID+콜히친

심막질환에는 심막염과 심낭액 저류, 심탐포네이드, 수축성심막염 등이 있으며 적응증을 가진 치료약물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특히 심막염은 응급실 흉통환자의 5%에​​ 이른다.

장기 예후는 대체로 양호하지만 재발률은 30%에 이른다. 신체기능이 제한되거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치료가 필요하고, 삶의 질(QOL)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심막질환은 2004년 최초의 다기관 무작위비교시험(RCT)에서 기존 치료와 콜히친 병용시 급성심막염 관해율이 높아지고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이후 주로 통풍치료제로 이용되는 이 약물의 유효성 증거가 축적됐다.

여기에 근거해 이번 심막질환의 진단·관리 가이드라인(2015 ESC Guidelines for the diagnosis and management of pericardial diseases)은 급성심막염의 1차 치료로서 아스피린 또는 NSAID와 콜히친 병용을 클래스I(증거레벨 A)으로 권고했다.

이밖에도 심막염에 자주 걸리는 여성이 임신을 원하는 경우 해당 관리법이나 급성심막염의 새로운 진단 기준, 심막염과 심낭액 저류가 나타나는 환자를 분류하는 새로운 진단 전략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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