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심장학회가 고령자에게 항혈전요법을 권고하는 성명서를 Europe Heart Journal에 발표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이번 성명서에는 고령자 특유의 문제를 감안한 각 약물의 용량 및 사용상 유의점 등이 정리돼 있다.

고령자는 허혈성 및 출혈성질환의 위험이 모두 높은데다 노화에 따른 각종 장기의 변화가 약물동태에 영향을 주는 만큼 고려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고령자를 타깃으로 한 권고가 나온데는 전세계 인구의 고령화라는 배경인자가 작용했다. 항혈전요법이 필요한 급성관동맥증후군(ACS)이나 심방세동의 유병률이 노화에 비례한다는 것도 또다른 이유다.

고령환자는 신체 장기의 변화가 다양하게 일어나는 만큼 약물동태에도 영향을 준다. 예컨대 위속 산성도(pH) 상승 및 위배출시간 지연, 신체변화(지방감소/근육감소), 혈중알부민 저하, 신장기능 및 간기능 저하 등을 꼽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출혈성 및 허혈성질환 위험도 높아진다. 특히 고령자는 합병증 동반 및 다제병용요법 횟수는 높지만 약물순응도가 낮은게 문제다.

유럽심장학회는 이러한 고령자 특유의 문제를 감안한 적절한 항혈전요법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이번 성명서를 작성했다.

다만 고령자에 대한 항혈전요법의 득실 정보가 제한돼 있어 지금까지 나온 증거에 근거해 이번 권고를 정리했다.
 
학회에 따르면 75세 이상의 급성관상동맥증후군환자 관련 임상시험 보고가 7%에 불과하며 그나마 대상에 고령자가 포함된 임상시험도 매우 적다.

한편 이번 성명서에는 고령자의 정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임상데이터나 위험평가 점수 등에서는 65세 이상을 고령자 기준으로 삼지만 대개는 75세 이상을 고령자로 하기 때문이라는게 학회의 설명이다.

HAS-BLED 점수와 CHA2DS2-VASc 점수로 득실 평가 해야

항혈소판제, 항응고제, 혈전용해제는 뇌졸중이나 일과성뇌허혈발작(TIA), 심근경색, 전신성색전증(SE), 심부정맥혈전증(DVT), 폐색전증(PE) 등의 혈전성질환의 예방 또는 발병 지연, 중증도 감소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약물에는 출혈 위험이 뒤따른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고령자는 허혈성 및 출혈성질환 위험 모두 높은 만큼 사용시 득실 여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성명서는 이를 판단하는 도구로 출혈성질환 위험평가 점수인 HAS-BLED 점수(고혈압, 신장기능저하, 출혈기왕력, 65세 이상 등의 인자로 평가)와 혈전색전성질환의 위험평가 점수인 CHA2DS2-VASc 점수(울혈성심부전, 고혈압, 65세 이상, 당뇨병, 뇌졸중/TIA 기왕력 등의 인자로 평가)를 소개했다.

아울러 심방세동환자를 대상으로 한 스웨덴의 코호트 연구에 근거해 HAS-BLED가 3점 이상인 출혈 고위험 환자에도 항응고제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명서는 출혈을 걱정해 치료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이들 평가 점수로 득실을 예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서에는 각종 항혈전제에 대해 고령자에 권고할 수 있는 복용량과 사용시 주의점도 정리해 놓았다.

항혈소판제, 특히 저용량 아스피린의 경우 알레르기, 출혈, 두개내출혈 기왕력 등 금기 조건이 없으면 죽상혈전성질환 고령환자에도 장기 사용을 권고했다.

단 초발 예방에 대해서는 "득실관계가 분명치 않다"고 말하고 특히 동양 고령자에서는 확실한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성명서에 따르면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고령자는 최대 1년 동안 아스피린와 클로피도그렐을 병용하는게 좋다.

출혈 위험이 높다고 생각되는 ACS환자에는 프라수그렐(상품명 에피언트)과 티카그렐러(브릴린타) 보다 클로피도그렐이 바람직하다.

항응고제인 비타민K 길항제(VKA)의 경우 심방세동이나 정맥혈전색전증(VTE) 환자에 대한 VKA 투여 금기사항에 고령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좀더 적은 용량과 더 많은 관찰이 필요하다.

비판막성심방세동 고령자 치료에서는 두개내출혈 위험이 낮고, 전반적인 효과 및 안전성이 높고, 관찰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 근거해 신장기능이 낮지 않으면 와파린보다는 Xa억제제[리바록사반(제품명 자렐토) , 아픽사반(엘리퀴스), 에독사반(사베이사)가 우선이다.

반면 성명서는 직접 트롬빈억제제 다비가트란(프라닥사)의 경우 고령을 이유로 기피해선 안된다고 하면서도 나이는 약물 혈중농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도 언급했다.

이번 성명서는 "환​​자와 환경이 다양해지는 만큼 치료의 혜택과 위험 예측법을 개선하는게 급선무"라고 결론내리고 "임상적 소견과 검사 소견에 근거해 고령자 치료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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