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국내 법정에서는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역학적 연구결과인 만큼 통계적 관련성에 불과해 개인에 적용할 수 없다"는 담배회사들의 주장 때문이다.

또한 "흡연 이외에 다른 원인, 즉 대기오염, 식이습관, 음주, 가족력 등이 관여하기 때문에 흡연이 폐암 발병의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흡연과 폐암의 관련성도 부정하고 있다.

이러한 담배회사의 주장에 대해 역학 전문가들이 논리적 오류를 지적하고 나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대학 알렉스 브로드벤트 교수는 "역학적 증거로도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브로드벤트 교수는 6일 건강보험공단 강당에서 열린 세미나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 역학적 증거가 가지는 의미'(대한금연학회, 대한예방의학회, 한국역학회)에서 "역학적 증거들이 흡연과 폐암의 일반적인 인과관계를 나타내면서도 개인에 적용을 하지 못한다면, 그 주장 자체가 논리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교수는 폐암임에도 불구하고 선암과 흡연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역학적 증거를 개별적 인과관계에 적용할 수 없다면 흡연자가 폐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흡연을 중단하는 조치마저도 불합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역학전문가인 서울의대 강영호 교수도 통계학적 관련성에 불과하다는 담배회사의 주장에 대해 역학 연구 결과를 흡연과 폐암의 관련성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인과 확률은 특정 개인의 질병이 폭로(노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확률로서 개인 수준의 확률을 의미하는 만큼 역학 연구에서 관찰된 흡연과 폐암의 인과성은 개인에 직접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폐암 원인이 꼭 흡연만 있는게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 가지 원인만으로 일어나는 질병이란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폐암에 대한 기여위험도가 90%인 흡연의 경우에는 특이적인 요인으로 보아야 한다. 폐암 중 편평상피세포암과 소세포암은 그 특이적 성격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박소희 교수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대위험도와 기여위험도가 낮은 만큼 다른 위험요인이 많이 관여한다"는 담배회사 주장에 대해 "담배회사들이 언급한 인구집단 기여위험도 수치는 인구 전체의 노출 분율을 반영한 지표인 만큼 담배소송에서는 노출군의 기여위험도로 따지는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건보공단 측은 "흡연 이외의 다른 위험요인이 존재하더라도 피고가 흡연은 폐암 발병에 기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인과관계는 부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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