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뇌전증(간질)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뇌전증센터 신경외과 김동석 교수팀과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팀은 뇌조직 내 1%만 존재하는 희귀 유전자를 찾아냈다고 Nature에 발표했다.

교수팀은 소아 난치성 뇌전증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대뇌피질 이형성증'에 주목했다.

이 증상을 가진 난치성 뇌전증환자 가운데 뇌수술을 받은 77명의 뇌조직과 혈액 또는 타액을 이용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12명(15%)의 환자들에게서 혈액이나 타액에서 보이지 않고 뇌 조직에서만 특정 유전자 변이가 관찰됐다.

유전자 변이가 실제 뇌전증을 유발하는지 확인하는 쥐 실험 결과, 뇌전증 환자와 동일한 증상과 병리양상이 확인됐다.

교수팀은 이 결과에 근거해 유전자 변이를 억제하는 치료법 개발에 착수했다.

김동석 교수는 "현재 사용되는 항암제를 투여한 결과 실험용 쥐의 발작 횟수를 포함한 전체 질환 증상이 크게 호전됐다"면서 "이제 뇌전증은 단순한 발작 억제를 넘어 예방적 치료의 가능성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공동저자인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강훈철 교수도 "동물실험에 사용된 약물은 이미 다른 질환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는 만큼 임상 적용이 쉬울 것"이라며 "향후 효과적인 치료약물 개발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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