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스텐트의 삽입 개수 무제한과 동시에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 협진을 요구한 보건복지부의 '스텐트 고시'에 대해 대한심장학회와 대한심혈관중재학회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양 학회는 5일 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복지부의 치료방침 결정의 근거가 된 2014년 ESC(유럽심장학회)와 AHA(미국심장협회)·ACC(미국심장학회)·SCAI(미국심혈관조영중재학회)가이드라인의 번역 및 분석 오류 등 3가지를 지적했다.

효과없다고 입증된 외국 가이드라인 무분별하게 답습

첫번째 오류는 스텐트 시술 대상 분류의 잘못이다. 2014년 ESC 가이드라인에서는 클래스별로 나누고 있는 반면, 복지부 고시에는 좌주관상동맥과 다혈관질환에 레벨C의 협진을 강요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이미 유럽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된 2010년 가이드라인을 정부는 기준으로 했다.

두번째 오류는 스텐트 시술 건수가 적은 병원에 대한 질 관리다. AHA·ACC·SCAI 가이드라인에서는 스텐트 시술을 하는 3차 기관과 환자 전원 등에 관해 협력하도록 '권고'한 반면 고시에서는 '흉부외과 수술이 가능한' 3차 기관과의 협력을 의무화했다.  미국에서는 33%의 병원이 흉부외과 없이 합법적으로 스텐트 시술을 하고 있다.

협력 대상도 '90분 이내 응급 관상동맥 우회술이 가능한 요양기관'으로 한정했다. 번역 오류에 근거 가이드라인에도 없는 시간 단서 까지 추가한 것이다.

"내달 고시 시행되면 국민에 대재앙 닥칠 것"

세번째 오류는 급성관동맥증후군(ACS)환자를 협진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 항목의 근거가 된 ESC 가이드라인에는 없는 내용이다.

예외조항으로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응급상황'을 두었지만 사례별 인정 조항을 둔 만큼 사실상 삭감의 여지를 남겨두었다는게 심장학회와 심혈관중재학회의 지적이다.

심장학회 오동주 이사장은 "이번 고시는 정부가 말하는 보장성 강화가 아니라 보장성 악화"라며 "다음달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국민 건강에 대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이사장은 "흉부학회측에서는 이번 고시가 스텐트를 마구 쑤셔넣는 등 쓰레기처럼 시술을 한 심장내과 때문이라고 말한다"면서 "스텐트 남용을 막는게 목적이라면 흉부외과 협진 외에 심평원 삭감기능으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고시는 복지부와 흉부외과의 합작품"이라고 일갈했다.

서울 주요 대형병원으로 쏠림현상으로 중소병원은 큰 타격

이번 고시는 중소병원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익병원 라기혁 원장(일반외과)은 "11년 동안 흉부외과 없이도 문제없이 잘 해 왔다. 이번 고시대로 하자면 1년에 10건도 안되는 CABG(관상동맥우회로술)를 위해 경력 흉부외과 의사 2명 이상, 마취과 의사 1명, 의료기기 운영 기사, 장비, 수술실 등이 갖춰야 한다"면서 막대한 비용 투입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졌다.

CABG 가능한 병원과 협력할 경우 스텐트 시술에 지연이 일어날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 소재를 어디에 둘지도 의문이다.

나 원장은 "참석한 기자에게 묻겠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중소병원으로 가겠냐"며 중소병원은 망하고 환자는 서울의 대학병원 그것도 빅5로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국민의 건강은 더욱 나빠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동주 이사장은 "질환의 복잡성이 덜한 신택스 스코어(syntax score) 등을 기준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면 복지부의 고시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심장중재학회 전동운 보험이사는 "흉부외과 보험이사가 모 언론에 고시에 문제가 있으면 시행착오를 거쳐 개정하면 된다고 했다"면서 "이는 의사로서는 해선 안되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부모나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윤리의식에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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