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이 선진국에 비해 최대 5배나 늦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류마티스관절염 임상연구센터의 KRONA 코호트를 통해 류마티스관절염의 진단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진단 지연이 더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대상자는 KORONA(Korean Observational Study Network for Arthritis)에 등록된 류마티스관절염환자 약 5,300명(여성 약 4,500명).

이에 따르면 국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첫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 평균 20.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캐나다는 6.4개월, 벨기에는 5.75개월, 덴마크는 3~4개월로 우리나라가 3~5배 더 늦다.

이러한 진단 지연은 나이가 어릴수록 심각했다. 20세 미만의 경우 40.7개월, 20대는 31.6개월, 30대는 24.6개월, 40대는 18.9개월, 50대는 14.1개월, 60대는 11.8개월, 70대 이상은 8.8개월이었다.

문제는 진단 지연으로 인해 장애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류마티스관절염은 초기부터 관절이 손상되기 시작하는 만큼 치료가 부족할 경우 증상 발현 2년 이내에 환자의 70%에서 관절 손상이 발생한다.

진단이 지연될수록 장애를 겪는 비율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증상 발현에서 진단까지 걸리는 기간이 12개월 미만인 환자보다 그 이상인 환자는 일상생활 기능장애 정도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

기능장애가 나타나지 않는 비율도 각각 22.9%과 20%로 진단이 빠를수록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마티스진단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은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것과 항CCP항체 등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검사가 실시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학회는 지적했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진단에는 의사의 진찰소견과 병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혈액검사도 많은 도움이 된다. 류마티스인자가 음성이고 초기 임상 양상이 전형적인 아닌 경우에는 진단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류마티스인자 음성과 양성환자의 진단 지연기간은 각각 23.2개월과 19.9개월로 음성환자가 더 길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항CCP항체 검사다. 이 검사법은 2010년 개정된 류마티스관절염 분류기군에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학회는 설명한다.

이미 세계 각 나라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의심환자에게 항CCP항체 확인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검사가 도입된 2006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었다. 

효과는 인정됐지만 보험급여가 안되는게 걸림돌이다. 환자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상이 심한 환자는 비보험으로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에 따르면 항CCP검사와 관절 MRI 검사로 명환한 진단을 통해 적절히 치료하면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의료비 부담과 재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학회 고은미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은 "류마티스관절염은 관절 통증 외에도 관절 변형, 결국에는 관절 파괴로 이어지고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만큼 초기에 진단받아 치료해야 한다"면서 "보험급여 적용 등을 통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진단 지연을 막으면 환자의 장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