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 2014)에서 관혈행재건술, 대동맥질환, 급성폐색전증, 비대형심근증에 관한 4건의 가이드라인 개정이 발표됐다.
ESC에서는 올해 8월 1일 비심장수술의 주술기 관리에 관한 새 가이드라인이 발표돼 올해에만 총 5건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각 가이드라인의 개정 포인트와 새롭게 추가된 내용을 소개한다.
관혈행재건술 가이드라인:안정관상동맥질환 환자에 대한 혈행재건술의 이득 강조
2010년 이후 5년만에 개정된 관혈행재건술 가이드라인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ESC와 유럽심장흉부외과학회(EACTS)가 공동 제작했다.
가이드라인 위원회는 이번 개정을 위해 관혈행재건술 관련 임상시험 100건(총 9만 3,553례)을 계통적으로 검토했다. 특히 안정관상동맥질환(CAD) 환자에 혈행재건술이 도움이 된다는 점이 강조됐다.
환자에 혈행재건술의 적용 여부에 대해 비침습적검사에서 허혈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 침습적 진단방법인 혈류예비량비(FFR) 측정을 1등급으로 권고했다.
좌주간부병변과 좌관동맥전하행지근위부병변, 심장기능저하가 나타난 2지(枝) 또는 3지에 대해서는 예후를 개선시키기 위한 혈행재건술이 권고됐다.
일부에서 PCI 권고 CABG과 동급으로 격상
이밖에 기존 가이드라인과 크게 달라진 것은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의 위치다.
좌주간부병변 및 3지병변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PCI와 관상동맥우회로술(CABG)을 비교한 SYNTAX시험의 5년 추적분석 결과에서 양쪽 군에 전체 사망의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고, 신세대 약물방출스텐트(DES)에 관한 증거가 축적된 사실에 근거해 CABG 권고와 동급으로 격상됐다.
구체적으로는 좌관상동맥하행지(LAD) 근위부병변(IA), SYNTAX가 22점 미만인 좌주간부병변(IB), 22미만의 3지병변(IB)을 가진 환자에는 PCI를 CABG과 동급으로 권고하고 있다.
한편 22점 이상의 3지 병변 및 32점 이상의 좌주간부병변을 가진 환자에 대해서는 PCI의 권고 등급은 IIIB로 낮아졌다.
또 FREEDOM시험의 결과에 근거해 다지병변을 가진 당뇨병환자에서 수술 위험이 허용 범위인 경우에는 PCI보다 CABG를 우선하라고 권고했다(IA).
ST상승형심근경색(STEMI)에 대한 primary PCI에 관해서는 신세대 DES의 등장에 따라 DES를 1등급으로 권고하는 등 대부분의 조건 하에서 DES는 베어메탈스텐트(BMS)보다 높았다.
가이드라인 작성위원회 위원장인 스위스 베른대학병원 스테판 윈데커(Stephan Windecker) 교수는 "안정관상동맥질환의 경우 약물치료 단독에 비해 CABG는 사망, 심근경색, 혈행재건술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스텐트 삽입술도 혈행재건술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망위험에 관해서는 약물치료에 비해 신세대 DES만이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PCI 시행 전후의 항혈전요법에 관한 권고내용도 최신 지견에 근거해 광범위하게 개정됐다. ST비상승형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 대해서는 ACCOAST시험 결과에 근거해 PCI 시행 전 프라수그렐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내용 외에 안정관상동맥질환자에 DES를 삽입한 후 항혈소판제 병용기간을 6개월로 단축시켰다.
대동맥질환 가이드라인:급성대동맥증후군의 신속한 진단 치료를 위한 차트 제시
대동맥질환 가이드라인은 2001년 이후 13년만에 개정됐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대동맥해리에 대해서만 다뤘지만 새 가이드라인에서는 대동맥류와 대동맥석회화, 대동맥류의 원인인 선천성질환, 대동맥염, 대동맥육종 등의 농양 등을 포함해 보다 광범위한 대동맥질환 진료에 관한 권고가 제시됐다.
또 기존에는 흉부대동맥에 초점을 맞췄지만 새 가이드라인에서는 흉부대동맥의 질환도 포함됐다.
개정 포인트는 급성대동맥해리와 대동맥류파열 등을 비롯한 급성대동맥증후군(AAS)의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위한 플로우 차트가 제시됐다는 점이다.
작성위원회 위원장인 독일뒤스부르크 에센대학 라이문트 에르벨(Raimund Erbel) 교수는 "대동맥질환 대부분은 응급의료가 필요하고 생명 예후는 매우 나쁘다. 혈행재건이 가능한 시간(time window)도 짧다"면서 대동맥질환도 급성관상동맥증후군처럼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제시된 플로우 차트를 이용하면 신속한 진단, 치료, 환자 예후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급성폐색전증 가이드라인:NOAC사용에 관한 포괄적인 권장 제시
유럽호흡기학회(ERS)와 공동 제작한 급성폐색전증 가이드라인은 2008년 이후 7년만에 개정됐다.
주요 개정 포인트는 폐색전증에 대한 신규 경구항응고제(NOAC) 사용에 관한 포괄적인 권고가 제시됐다는 점.
최근 여러 대규모 시험을 통해 정맥혈전색전증(VTE)에 대한 NOAC의 효과가 확인된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폐색전증이 의심되는 환자의 위험을 나누는 알고리즘도 처음 제시됐다. 가이드라인 작성위원회 위원장인 독일 마인츠대학병원 스타브로스 콘스탄티니디스(Stavros Konstantinides) 교수는 "폐색전증 또는 그 의심례의 95% 이상이 저~중등도 위험이지만 이들 환자의 관리법은 지금까지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6년간 좌우 기능의 평가법이 크게 개선돼 중증도를 나타내는 임상점수, 심초음파 및 CT검사, 바이오마커를 통합한 평가로 위험을 층별화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혈행동태의 불안정 및 혈전용해요법시 출혈 위험이 높은 중~고위험 환자에 대해 응급치료로서 외과적 절제술 또는 경피적 카테터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중요 개정 포인트로 소개됐다.
아울러 임신부와 암환자의 폐색전증 관리에 관한 권고 항목도 새로 추가됐다.
비대형 심근증 가이드라인:심장돌연사의 5년 위험 추정식 제시
2003년 이후 11년만에 개정된 비대형심근증 가이드라인에서는 이 증상을 가진 환자의 심장돌연사 5년 위험을 추정하는 방법이 새롭게 제시됐다.
이 추정방식을 이용하면 저·중·고 위험으로 나누어 이식형제세동기가 필요한 환자를 선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비대형심근증 대부분은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유전자검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 어린이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권고도 추가됐으며 임신 전 및 도중, 분만시 등 상황별로 여성환자에 대한 평가 및 관리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