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잠에 취한 상태를 가리키는 '혼돈 각성(confusional arousals)'은 몽유병 보다 주목도가 낮지만 중증이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스탠포드의대 모리스 오헤이욘(Maurice M. Ohayon) 교수는 미국인 데이터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Neurology에 발표했다.

국제수면장애분류 제2판(ICSD-Ⅱ)에서는 혼돈 각성을 '잠에서 깨어나는 중이거나 각성 이후 발생하는 정신적 혼란이나 혼란 행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전형적으로는 낮은 주파수를 보이는 서파 수면 이후 깨어날 때 일어나는데 아침 기상때에도 발생할 수 있어 심각한 수면 관성(계속 잠을 자려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증상은 시·공간적 혼란, 부적절한 언동, 지적활동 감퇴, 기억장애 등이다. 일례로 기상 시에 울리는 시계 알람을 전화가 온 것으로 착각해 전화를 받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은 강제로 각성시킨 경우에 많이 나타나는데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관련 기억을 일부 또는 완전히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현재 혼란 각성에 대한 역학 연구는 거의 없다. 2000년에 발표된 캐나다 소아연구에서 3~13세의 에피소드 경험률은 약 17%, 같은 해 유럽 주민연구에서는 4.2%로 추정됐다.

에피소드 발현의 요인으로는 수면박탈, 잠들기 전 수면제 및 안정제 사용, 수면 후 갑작스런 각성 등을 들 수있다.

이번 연구는 18세 이상의 주민 1만 9,136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 수면습관과 혼란 각성 증상의 경험 유무를 조사했다.

아울러 다른 수면이상행동과 정신질환의 진단 여부, 상용약물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1년간 경험자 15%

분석 대상은 1만 5,929명(18~102세)으로 이 가운데 2,421명​(15.2%)이 지난 1년간 혼돈 각성 에피소드를 경험했다.

또한 과반수(53.8%)는 일주일에 2회 이상 동일한 에피소드를 경험했으며, 81.7%가 1년 넘게 여러 차례 에피소드를 경험했다.

1회 에피소드의 지속 시간은 대부분 짧았고, 69.9%가 15분 미만이었다. 8.6%가 경험한 에피소드를 일부 또는 완전히 기억하지 못했으며, 14.8%가  혼란 각성 뿐만 아니라 몽유병 경험도 있었다.

혼란 각성 에피소드 경험자의 70.8%는 수면장애를 보였으며 서카디언리듬 수면장애와 장시간 수면(9시간 이상)이 혼돈 각성과 가장 밀접했다.

정신 장애는 37.4%에서 나타났으며 양극성장애와 공황장애에서 혼돈 각성의 위험이 가장 높았다.

이 밖에 우울증, 알코올의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불안증도 혼돈 각성과 밀접했다.

정신장애와 수면장애가 밀접하게 관련

혼돈 각성 에피소드 경험자의 31.3%는 향정신약물을 사용했으며 대부분 항우울제였다.

수면장애, 수면이상행동, 정신장애가 있거나 향정신제를 사용한 경우 혼돈 각성의 오즈비(OR)는 각각 2.69, 3.25, 2.84, 1.98였다.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인과 관련 질환을 가진 사람을 제외한 원인 불명의 혼란 각성은 0.9%에 불과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혼돈 각성과 수면제 및 기분안정제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헤이욘 교수는 "일반인에서 혼돈 각성 경험률이 높고, 수면장애 치료시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수면장애 및 정신장애는 약물사용과는 별도로 혼돈 각성의 요인"이라 결론내렸다.

교수는 또 "혼돈 각성은 아직 인지도가 낮은 만큼 DSM-V 분류에서는 아직 장애로 간주되지 않고 있지만, 수면장애 중 하나로 분류되면 의사나 환자의 인지도가 높아져 발견이 빨라질 뿐만 아니라 연구와 치료도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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