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는 죽음을 원하는 종말기환자에게 의사가 자살을 도와주는 공인단체가 6곳이 있다. 이 중 4곳은 자살방조를 허용하지 않는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도 개방해 이른바 '자살 투어리즘'을 제공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대학 사스키아 고티어(Saskia Gauthier) 교수는 "과거 4년간 이들 단체의 이용자 수는 4배 증가했다"고 Journal of Medical Ethics에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이용자의 3분의 2는 독일과 영국 사람이었으며, 주로 마비와 운동신경질환,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 등 신경질환 환자가 47%, 암환자 3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네덜란드와 미국 오레건주는 조건부 자살방조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에서는 '이기적인 동기로 다른 사람을 자살하게 만든 사람'을 벌하는 법은 있지만 자살방조의 조건을 명문화한 법은 없다.
 
그렇지만 종말기 환자 등에 대한 의사의 자발방조는 허용하고 있다.

최근 유럽인권재판소가 스위스에 대해 치사약(lethal drug) 처방에 관한 법률 정비를 권고했지만 국회에서 번번히 부결됐다.

도움을 받아 자살한 이후 법적 조사 비용에는 방조단체에 회원이 내는 회비와는 별도로 약 3천 스위스프랑(약 340만원)이 든다. 또한 외국인에 대한 시설 허용 시비와 방조단체 감시에 관한 법안이 일부를 제외하곤 거의 부결됐다.

이런 가운데 규제가 엄격한 다른 나라의 자살 투어리즘은 증가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고티어 교수는 이번에 취리히 법의학연구소의 데이터베이스에서 2008~2012년에 취리히주에서 자살방조 서비스를 이용한 외국인의 국적과 질환, 그리고 자국의 여론과 자살투어리즘이 법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했다.

5년간 외국인 이용자 600명 넘어

취리히주의 자살방조 서비스 이용자는 지난 22년간 증가하고 있다. 1990~2000년에 331명, 2001~04년에 421명이었지만, 이번 조사(2008~12년)에는 950명으로 늘어났다.

다른 나라 이용자는 2001~04년에 255명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611명이었다. 2009년에는 전년 대비 약 30% 줄었으나 이후 4년간 약 2배(86명에서 172명) 증가했다.

대부분 디그니타스(Dignitas)라는 단체를 이용했으며 이용자의 평균연령은 69세(23~97세)이고 58.5%가 여성이었다.

자살 이유는 마비 및 운동신경질환,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 등 신경질환이 47%로 가장 많았으며, 암(37%), 류마티스질환, 심혈관질환이 그 뒤를 이었다. 이용자의 28%는 2개 이상의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용자 국적은 총 31개국이며, 독일(268명)과 영국(126명)이 전체의 약 3 분의 2를 차지했다.

3위인 프랑스(66명)와 4위인 이탈리아(44명) 4년(2008~2012년) 동안 가장 많이 늘어났다(각각 4명에서 22명, 7명에서 19명으로 증가).

자살방법은 2008년에 헬륨흡입이 4명이었지만, 고통을 동반한다는 언론 보도된 이후(2008~09년 이용자 감소와도 관련) 모두 펜토바르비탈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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