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심장수술을 받은 환자의 심혈관평가와 관리에 관한 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이 모두 개정됐다.

각각 미국심장학회(ACC)/미국심장협회(AHA)유럽심장병학회(ESC)/유럽마취과학회(ESA)가 발표한 이번 가이드라인의 개정은 주술기 베타차단제 사용의 근거가 됐던 네덜란드 연구의 부정적 결과로 촉발됐다.

작년에는 이 연구만을 제외한 메타분석(Heart)에서 주술기에  베타차단제를 사용하면 위약에 비해 사망 위험이 27% 높아진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양 대륙의 가이드라인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주술기 베타차단제 사용의 근거가 된 연구 데이터 부정

이번 개정의 불씨를 당긴 것은 네덜란드의 Dutch Echocardiographic Cardiac Risk Evaluation Applying Stress Echocardiography(DECREASE)와 관련한 복수의 연구.

2011년에 내부조사 결과 연구참가에 동의하지 않은 환자의 데이터가 사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는 주술기 베타차단제 사용을 권장하는 근거가 됐을 뿐만 아니라 연구 주도자인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병원의 돈 폴더만스(Don Poldermans) 박사는 유럽심장병학회의 가이드라인 작성위원장을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내용 타당성에 강력한 의문이 제기됐다.

2013년 7월에는 영국 임페리얼컬리지 런던의 소냐 보우리(Sonia Bouri) 교수가 비심장수술환자에 대한 베타차단제의 수술 전 투여를 검토한 무작위 비교시험 가운데 DECREASE 수술을 제외한 9건의 시험을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베타차단제군에서는 위약군에 비해 수술 후 30일째 전체 사망위험이 27%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Heart에 보고된 이 연구결과가 가이드라인 개정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고위험환자에 대한 베타차단제 사용 권고 등급을  ACC/AHA의 경우 클래스IIa에서 클래스IIb로, ESC/ESA에서는 클래스I에서 IIb로 햐향 조정했다.

또 ESC/ESA의 이전 가이드라인에서는 저위험 수술 예정이고 위험인자를 1개 이상 가진 환자에는 '사용을 고려한다(클래스 IIb)'로 했지만 새 가이드라인에서는 '저위험 수술이 예정된 환자에는 수술 전에 베타차단제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클래스III)'로 변경했다.

이미 베타차단제 사용 중이면 계속해야

그 이유에 대해 ESC/ESA에서는 "심혈관 합병증 위험을 낮추지 못하기는 커녕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저위험환자에서는 베타차단제가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코호트 연구도 있다"고 설명한다.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위험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치료를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다만 "위험인자가 1~2개인 중등도 위험환자에게는 4건의 관찰연구에서 주술기에 베타차단제 투여 중단시 사망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론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ACC/AHA는 "주술기에 베타차단제 사용을 권고하는 항목은 17건의 시험 검토 결과에 근거했다"면서 "이들 시험에서는 비심장수술 전날 이후에 베타차단제를 시작하면 비치사성 심근경색 위험은 줄어들지만 뇌졸중, 사망, 저혈압, 서맥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베타차단제를 이미 사용 중인 환자에는 계속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클래스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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