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보험사기, 부당청구, 부정수급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주범이다. 이 문제들은 요양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먼저 청구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일까.

해결하려면 진료비 청구를 건강보험공단에다가 하면 된다?

논리적으로 오류이며, 제도를 굳이 바꾸지 않고도 재정누수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얼마든지 있다는 반론들이 펼쳐졌다.

건보공단은 3일 본부 대강당에서 '건보 재정누수 방지를 위한 진료비 청구 지급체계 정상화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건보공단은 현재 건강보험 재정누수를 막기 위해서는 이원화 돼 있는 진료비 청구 지급 체계를 일원화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김진현 교수도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맡은 역할을 보장하되, 청구는 통합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인 신현호 변호사도 "심사기능 분리운영 10년을 되돌아보면 효율성은 떨어지고 현재의 심사기구는 심사평가 본래 기능보다 보험자 역할 수행이 증가했다"고 지적하며 "궁극적으로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누수 해결, 큰 틀 안바꿔도 다 할 수 있다"

청구 업무만 건보공단이 갖고 온다고 해서 재정누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대 주장이 이어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은 "다양한 루트로 건보재정이 누수되고 있는데, 진료비 청구 순서를 바꾼다고 해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별도문제"라고 운을 뗐다.

이어 "원인과 대안에 대해서 명확하게 다시 정립해야 한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으로 이원화 된 지 14년정도 흘렀는데 합리적이고 효율적이었나에 대해서는 검토할 시기지만 청구 순서를 바꾼다고 될 문제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청구권 이양 주장을 멈추고 건보공단 본연의 업무인 보험료 징수 및 부과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이사는 "심평원에 인력신고 상세히 하고 있고 자동차보험과 산업재해 관련 정보를 심평원이 크로스 체크하고 있다. 재정누수 원인이 심평원에 사전청구하고 건보공단이 사후지급하는 것이라는 논리에는 오류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무장병원 문제는 검찰에서 조사해서 밝혀내는 것이다. 심평원이 기존에 하고 있던게 마치 안된것처럼, 못한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심평원에 자료를 더 많이 주면된다. 현지조사 인력이 부족하면 심평원 인력을 늘리면 된다"고 지적했다.

서인석 이사는 건보공단 본연의 업무 수행과정에서의 미흡함을 나열했다.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장기체납해 급여가 제한된 사람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해 누수된 금액이 3조8000억원이었다. 급여제한자에 대한 보험료 환수율은 2.3%, 무자격자 환수율은 32%에 그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전은영 보험이사도 "재정누수 해결책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고 큰 틀을 변경시키지 않는 선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진짜 보험자는 누구일까. 심평원의 정체는?

심평원이 '보험자'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김진현 교수는 "심평원이 심사전문기관으로서 심사기술을 외국에 수출할 정도다. 전문성, 기술성에 대해서는 뛰어나다. 그러나 보험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심평원은 청구한 진료의 첫번째 단계에서 게이트키퍼라고 할 수 있는데 보험자의 1차 심사라기 보다도 중재기구로서 심판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민간보험에서 심사조정률은 20~30%라고 하는데, 심평원 심사조정률이 0.4%수준이다. 보험자로서의 책임감 부분에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서 서인석 보험이사는 즉각 반대 입장을 내놨다.

서 이사는 "심평원은 보험자가 아니다. 재정중심 심사 때문에 심사의 공정성, 전문성에 끊임없는 논란이 제기되던 시절 국회에서 합의를 통해 탄생한 기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보험자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주구장창 대립하고 있는 진료비 청구 심사권 이관 문제에 대해 손놓고 있는 보건복지부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김진현 교수는 "왜 복지부는 한번도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한적이 없을까. 기획재정부가 이 문제를 최근 제기했다. 보고서 보면 정말 잘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약가 일괄인하, 포괄수가제 당연적용 등의 문제도 기재부 보고서에 먼저 다 들어갔다. 보험자가 건보공단이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복지부에 있다. 복지부는 왜 그 권한 행사를 제대로 안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보험자에게 책임과 권한을 같이 주든지, 복지부가 보험자를 하든지 결단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평원 없는 반쪽짜리 토론회" 비판도 나와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건보공단과 대척점에 서 있는 심평원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영석 부원장은 "진료비 관리 차원에서 심평원과 업무가 충돌되는 부분들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이야기가 돼 왔는데 공개적인 토론자리는 첫번째"라며 "심평원 관계자들도 같이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서인석 이사 역시 "거대 담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토론회인데 어떤 것이 우선순위인지, 심평원과 중복 업무를 갖고 오겠다는 것인지 등에 대해 심평원과 함께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청중으로 참석했던 심평원 관계자는 "진료비 청구를 건보공단에다가 한다고 해서 해결될 게 없다. 보험자는 복지부고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산하기관으로서 맡은 일을 각자 수행하는 동등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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