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의 새해 첫 당뇨약 신제품으로 한국다케다의 DPP-4 억제제 네시나(성분명 알로글립틴)이 출시됐다.

기존 동일 계열 약물인 한국MSD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 노바티스 가브스(빌다글립틴), 한국BMS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 베링거인겔하임 트라젠타(리나글립틴), LG생명과학 제미글로(제미글립틴)에 이어 6번째다.

하지만 신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에서는 이미 DPP-4억제제가 한국 당뇨병치료제 시장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차세대 약물인 SGLT2억제제 출시도 임박해 네시나는 막차를 탔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얼마전에는 자누비아와 메트포르민의 병합제로 1일 1회 복용하는 자누메트XR도 나와 기존 약물의 두터운 시장과 새 제형 사이에 협공을 당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생각이 기우라고 생각하게 된 건 지난해 12월 말 한국다케다 본사에서 당뇨병치료제 마케팅 매니저인 권영훈 부장[사진]을 만나면서다.

일본제약사의 약물에다 동일계열 약물의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권 부장도 인정한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전화위복(轉禍爲福) 마케팅 전략이다.

일본 약물이 단점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실화(實話)가 있다. 국내 한 제약사가 일본에서 수입해 1년여간 잘 판매해 왔던 고지혈증 약물이 나중에 일본 약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의사들로부터사용을 거부당했다는 것이다.

1년여를 환자들에게 처방했다면 약효를 어느정도 인정한 셈인데 단지 일본제품이라 거부한 것은 그만큼 반일 감정이 강하기 때문.

권 부장은 일본약물이 단점이긴 하지만 바로 이웃에 있는 아시아 민족인 만큼 서양의 당뇨약보다는 친 동양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내년에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됩니다. 이 연구결과에는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는 만큼 당뇨 전문가들의 관심도 높습니다." 가장 동양적인 당뇨약물이라는 컨셉이라는 장점으로 승화시키겠다는 뜻이다.

DPP-4 억제제의 끝물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가장 나중에 출시된 약물인 만큼 최신의 기전을 갖고 있다는 말도 된다"며 반전의 노림수로 극복한다는 계산이다.

권 부장의 이러한 지적에 딱 들어맞는 사례가 있다. 고지혈증 치료제로 유명한 화이자의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다.

심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플루바스타틴 등 기존 제품이 즐비한 상황에서 이들 약물은 출시와 동시에 기존 약물의 시장을 단시간에 잡아먹으면서 블록버스터로 등극했다.

늦게 출시돼도 약효가 좋으면 통한다는 이러한 사실은  이어 나온 아스트라제네카의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에서도 다시 한번 입증됐다.

"네시나가 기존 약물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장점은 올해 8월 유럽에서 발표된 EXAMINE 스터디 결과입니다. 여기서 네시나는 2형 당뇨와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을 가진 환자의 심질환 사망률이 매우 낮게 나타났습니다."

불운의 당뇨약인 아반디아가 심질환을 유발시킨다는 부작용 때문에 퇴출된 이후 신규 당뇨약에는 심질환 유발 부작용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일. 권 부장이 말하는 네시나의 또다른 장점은 가격이다. 네시나의 보험급여는 777원으로 기존 약물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자누비아100mg(시타글립틴, 924원), 트라젠타(리나글립틴, 831원), 제미글로50mg(제미글립틴, 815원), 온글라이자 5mg(삭사글립틴, 850원)보다 크진 않다. 하지만  당뇨병은 장기간 약물요법이 필요한 만성질환인 만큼 약간의 가격 차이도 경쟁력이다.

권 부장은 또 2014년 한해의 로드맵 밑그림도 제시했다. 1월에 런칭한 이후 6월내에 본궤도에 올린 다음, 8월 동양인 대상 연구임상 발표 후 12월까지 매출 1천억원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야심한 목표를 제시하는 이유가 있다. 다케다는 한국시장에 베이슨(보글리보스), 액토스(피오글리타존) 등 지금까지 당뇨시장에 이름 석자를 남길만한 약물을 꾸준히 출시해 온 만큼 당뇨병치료제의 명가(名家)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다.

올해 출시할 제품도 네시나 외에 2가지 더 있다. 네시나와 메트포르민을 합친 '네시나메트'와 액토스와 네시나를 병합한 '오세니'다.

오세니는 사이아졸리딘(TZD)계열 약물과 DPP-4 억제제를 병합한 최초의 약물로 한국다케다의 자존심이 담긴 제품이다.

특히 작년 11월부터 메트포르민+DPP-4억제제+TZD 병용에도 보험급여가 가능해지면서 오세니에 순풍이 불고 있는 만큼 기대감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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