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교육과 연구에 집중해야 하는 교수들에게 진료에 좀 더 신경써 달라고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

서울대병원 정진호 기조실장은 17일 '정부의 의료보장성 강화 정책과 병원의 당면 과제'를 주제로 열린 서울대병원 병원의료정책 추계 심포지엄에서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학병원은 돈벌이 하는 곳이 아닌데 병원이 생존하기 위해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현실"이라면서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해야 할 교수들이 돈벌이 진료에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른 수건을 짜는 것도 한계에 달했다"면서 대학병원을 절벽으로 내몰고 있는 정부 정책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경우 2012년도 기준 입원환자의 48%가 4대 중증질환자로 전체 수익의 57%를 차지했다. 또 4대 중증질환자 진료비의 14.2%(612억원)가 비급여로 이를 급여화하면 316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서울대병원은 올해말 기준 약 640억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초음파급여화로 45억원의 손실에 이어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정책을 시행하면 36억원의 손실이 추정된다.

게다가 일반병상 비율을 50%에서 75%로 상향조정할 경우 121억원, 선택진료비를 폐지할 경우 64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정 기획조정실장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총 1752억원의 추정손실액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이 상태에선 더 이상 대학병원을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저수가 현실에서 비급여 수가로 병원 경영을 근근이 유지해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면서 "저수가체계에서 겨우 유지해왔던 생존법이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불가능해진 만큼 원가를 반영한 수가정책이 시급하다"고 환기시켰다.

이정렬 전 기획조정실장(흉부외과) 또한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이 성공하려면 적정수가 현실화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진료패턴을 분석하고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해 적정한 수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가결정체계를 개선하는 것과 더불어 임의비급여를 일방적으로 통제할 게 아니라 의료기관의 자율에 맡겨둘 것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3대 비급여에 대해선 아직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재원 마련과 실행방안을 두고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보험료 인상을 수용할 것인지도 걱정이지만 각 대학병원에 재원을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지도 고민"이라면서 "가령 선택진료비의 경우 대형병원은 비중이 크지만 지방병원은 비중이 적어 평균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이는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달리 대선공약은 아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대통령 또한 반드시 해결할 것을 지시한 상황이므로 파격적인 개혁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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