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 이전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19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은 지방의 한 중소병원이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환수처분, 과징금 처분까지 모두 피해갔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복지부가 B병원에 대해 약 51억원의 과징금처분을 한 것을 취소하라 판결했다.

복지부는 2008년 11월 B병원의 2003년 5월부터 2007년 4월까지 의약품 구입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그 결과 B병원의 이사장인 C씨가 의약품 도매업체인 D사로부터 의약품 구입대금의 20% 상당액인 19억여원을 매월 환급금 형태로 돌려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병원은 의약품 구입대금 그대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이 기간 공단으로부터 약 70억원을 지급받았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2009년 7월 B병원이 실거래가를 위반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약 51억원 과징금 처분을 부과했다.

또 건강보험공단과 해당 자치단체는 B병원이 의약품 실거래가를 속였다는 이유로 각각 7억여원, 4억여원 환수처분을 내렸다.

여기에다 검찰은 B병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의약품 구입대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았다며 배임수재죄로 기소했다.

하지만 B병원은 "환급금은 의약품 구입대금의 할인 명목이 아니라 의약품 판매 촉진 또는 거래관계의 지속 등 특별한 목적을 위해 리베이트 명목으로 지급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계 법령상 의약품 구입대금에서 리베이트를 공제한 금액을 의약품 실거래가로 본다는 규정이 없고, 환급금을 대금 할인으로 판단해 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베이트를 공제하지 않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은 게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B병원의 주장이다.

서울행정법원도 B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병원이 도매업체로부터 환급금을 따로 지급받은 것은 의약품 가격을 할인해 준다는 취지라기보다는 특정 납품업체의 제품을 채택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데 대한 유인 내지는 사례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공급원가 등 의약품의 품목별 사정을 무시하고 매월 납품물량 전체 고시가 총액을 기준으로 일정한 금액을 일괄 환급해 주는 것은 통상적인 물품대금 할인 구조하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소위 리베이트 수수 관행은 다른 가능한 억제 수단을 적용할 수 있고, 보험재정에 미치는 악영향은 환급금 상당을 의약품 가격 상한제 고시에 반영하거나 수수행위를 금지하는 등 직접적인 대응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해 이 사건 환급금이 약제 구입금액을 할인받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과징금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B병원에 대한 과징금처분 뿐만 아니라 환수처분도 취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5월 공단이 B병원에 대해 환수처분을 한 것을 취소하라고 확정 판결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형사법원은 B병원의 이사장인 C씨 개인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했다.

지난 2010년 5월 개정된 의료법 제23조 2(리베이트 쌍벌제)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종사자는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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